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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옆버스 Oct 27. 2023

내 품에 삼천단어

적시적소에 '단어'하는 사람(2021)

  단어. 단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리고 신기하다. 나는 어떻게 단어들을 익힌 걸까? 우리는 지금 '이 단어'를 왜 공동의 약속처럼 사용하고 있을까?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뭐고, 아직 모르는 단어들은 뭘까? 아쉬운 건 썩 달변가는 아닌 탓에, 평상시 대화 중 다양한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만난, 혹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발음된 매력적인 단어가 마음속에 들어올지라도, 그것들이 내 입에서 적시적소에 나가기에는 순발력도 기억력도 조금씩 더딘 편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싱어송라이터가 '가사에 담고 싶은 내용에 준하는 재료를 마련하고자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매일 사전을 한두 장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말에 크게 감흥했다. 꼭 음악과 책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내가 쓰는 단어가 주변 이들에게 퍼져 나가는 영향력을 믿는다. 그래서 더 적확한, 그리고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단어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문장 어순 혹은 문법적 센스까지 겸비한다면 제일이겠으나, 우선은 단어에서 시작할 테다. 머뭇머뭇, 작게 말할지라도 목표한 그 단어 하나가 상대에게 스며든다면 그것으로 성공인 셈이다. 마치 TOEIC 듣기 시험에서 모든 문장을 듣지 못해도 'When, Where'과 같은 의문사만 잘 들어도 답을 대략적으로 고를 수 있는 것처럼.


 올해 유난히 늦게 핀 단풍도, 이번주 비가 오고 나면 수북이 떨어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길거리에 스멀스멀 붕어빵 트럭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만남에 대비해 겨울에는 가슴속 3000원을 품고 다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내 품에도 3000 단어들이 구비되어 있길 바란다. 더 많이 듣고, 읽고, 써야겠다. 그리고 약간 늦더라도, 일단은 발음해 볼 테다. 자꾸 쓰다 보면 내 단어로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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