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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옆버스 Oct 26. 2023

월요일만은 운동을 가야 한다(3)

집으로

4. 탈출

 그 이후로 다른 날, 결국 도무지 안 되겠다 싶어 요가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사바아사나 시간에 밖으로 나왔다. 요가원 탈의실에는 몇 가지 유의사항이 붙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명상 시간까지 이탈하지 말 것'이다. 명상시간이 시작되기 직전, 규칙을 어기고 나오는 게 죄송하면서도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길 기분이었다.  그나마 그곳 사람들 모두가 차분하게 가라앉기 직전에, 등을 미처 매트에 닿기 전에 재빨리 짐을 챙겨 나왔다고 변명을 해본다. 정작 그날 집에 가서 특별히 다른 걸 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요가원에 간 것인데, 이제는 사바아사나 대신 빠른 귀가가 간절해졌다. 탈출해야 할 공간이 달라진 것이다. 


4-1. 집으로

 오후 6시 50분쯤 퇴근하는 날마다 회사 신호등 앞에서 고민하게 되었다. 좌회전하면 요가원으로, 우회전하면 집으로 갈 수 있다. 건강과 안락 중 무엇을 선택할까. 때로는 저녁 먹을 요량으로 요가원 근처 마트에서 샌드위치까지 야무지게 먹고 나서 천연덕스럽게 집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이 정도면 정말 단단히 요가 권태에 빠졌다.


5. 월요일만은 운동을 가야 한다

 마침 회사 같은 팀의 동기 N 또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참, 그리고 팀 이동 이후 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요가행에 큰 변수였다. 나와 비슷한 어려움(회사에서도, 운동에서도)을 겪고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은 제법 위안이 되었다. N과 나는 퇴근 무렵 자연스럽게 서로 운동 안 가냐고 묻거나, 이번주 남은 요일은 가도록 하여라는 등의 말을 나누곤 했다. 오늘 갈 거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는 아련하게 "가야지..."로 답하고, "내일은 꼭 가길 바라"는 응원을 건네는 입장에서는 '난들 이 상황(회사 업무일 때, 회사 업무로 인한 피곤함 누적일 때, 그냥 운동 가기 싫은 마음일 때 모두 해당)에서 갈 수 있을까'라 생각했다. 회사와 운동 사이에서 어디로 '탈출'할지 고민하는 게 나만은 아니구나.


 자발적으로 감시를 붙이고 나니 안 갈지라도 운동복을 매일 차에 챙겨두었다. 나의 경우 남은 수강 기간까지 최소한 주 2회는 가자고 다짐했다. 특히 월요일만은 꼭 가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주말 동안 바지런하게 돌아다녀 근육이 당기거나, 반대로 한껏 널브러져 흐물해진 내 몸의 안정화를 돕기 위해서, 새로 맞이한 평일 5일 동안 회사에서 구부려 앉은 상태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요가가 그 윤활제 역할을 해줄 것이리라.'는 지금 글을 쓰면서 덧붙인 설명에 불과하고. 월요일부터 안 가면 화수목금 뭉개기는 너무나 쉬워져서다. 그렇게 월요일 요가를 꾸역꾸역 가고 나면 막상 돌아오는 길은 상쾌하다. 이제 남은 4일 중 하루만 더 가면 되니 괜히 시간을 번 기분이기도 하다. 처음 글에 밝혔듯 수강 기간이 종료된 지금은 요가를 다니고 있지 않다. 그래도 월요일 퇴근 후 운동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매주 해내는 정도는 아니지만,  '월요일날 가뜩이나 00했는데,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든다. 어떤 날은 바깥 산책, 어떤 날은 집에서 스쿼트와 몇 가지 요가동작, 어떤 날은 30분 달리기로 월요일을 마무리한다. (달리기 어플 '런데이'를 통해 차츰차츰 늘려간 끝에 올해 처음으로 30분 내리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자랑하고픈 수확인지라 글 말미에라도 넣어본다.) '비록 내가 회사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할지라도 퇴근 후에는 내 몸, 내 건강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는 뒤늦은 승리감을 가장 쉽게 맛볼 수 있는 게 월요일 운동 같다. 또한, 이러한 구구절절한 소감문을 작성할 만큼 요가는 매력적이고 더 배워보고 싶다. 조만간 집과 가까운 좋은 요가학원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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