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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옆버스 Oct 12. 2023

월요일만은 운동을 가야 한다(1)

요가 '쟁기자세'

 직장을 다닌 이후 가장 오래 한 운동은 요가다. 주변에서 어떤 운동을 시작할지 고민하면 자신 있게 권장한다. 비록 지금은 요가 수업을 다니고 있지 않지만, 이는 이사로 인해 퇴근 후 요가학원을 갔다가 집에 가는 동선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약간의 권태로움을 느낀 것도 맞다. 괜히 글 제목이 이렇게 정해진 것이 아니다. 요가 입문부터 일시정지 상황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열거해보고자 한다.


1. 입문

 요가를 처음 접한 건 대학생 때 주민센터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엄마께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신청해 주셨는데, 실제로 가보니 요가 고수처럼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가장 놀란 자세는 천장을 바라보고 누운 상태에서 배 힘으로 하체를 위로 들고 머리 방향으로까지 꺾는 것이었다. 엉덩이가 들리지 않아 선생님께서 숫자를 세는 동안 내내 엉덩이만 펄쩍펄쩍 공중에 뜨려고 시도했던 기억이 있다. 오전수업이 없는 요일이라 마음먹으면 충분히 갈 수 있는 시간대였지만, 회원 연령대가 비교적 높고 늦잠은 달콤했던지라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2. 본격 시작

 2022년 봄부터 자발적으로 요가 수업을 다닌 건 스트레칭 목적에서였다. 평상시 긴장도가 높아 몸이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 들었다. 가뜩이나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한 자세로 오래 있게 되니 뭉침이 심했다. 이전에도 PT, 필라테스, 복싱을 조금씩 해보았지만 세 가지 모두 당시에는 재미를 못 붙였다. 그나마 필라테스는 자세가 교정되는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웠는데, 이보다 더 차분한 요가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2-1. 쟁기자세

 저녁시간인지라 오랫동안 다니신 분부터 나처럼 이제 막 시작한 것처럼 보이는 분들까지 연령대와 숙련도가 다양했다. 요일마다 힐링요가, 자세교정요가, 파워요가 등 수업의 테마가 달랐다. 오랜만에 간 요가에서도 매 동작을 따라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대학생 때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경험한 이후여서인지 과거보다는 용이하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은은하게 땀이 맺히거나, 한 동작을 꾸욱 지속할 때 느껴지는 근육의 시원함이 좋았다. 게다가 과거 바둥거렸던 동작 해내게 되었을 때의 쾌감이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인데, 회차가 거듭할수록 내 몸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과거 주민센터에서 해내지 못했던 동작의 이름이 '쟁기자세'라는 것도 알게 됐다. 코어 힘이 생겨서인지 이제는 한 번에 다리를 머리 위로 넘겨 쭉 펼 수 있다. 이 동작을 30초, 그 이후 '다리와 더불어 허리까지 아예 땅과 수직으로 공중에 띄우는 동작'(이것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30초를 3분 동안 반복한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보다 보면 전반적으로 몸이 앞쪽으로 치우치게 되는데, 이 동작을 반복하면 말린 등과 굽은 목이 좀 펴지는 것 같아 개운하다. 그래서인지 몸이 뻣뻣하게 굳은 직후인 아침때에는 잘 되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차이가 없는데, 시간에 따라 연습에 따라 내 몸이 가동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요가는 명상과 속근육의 단련이라고들 하는 이유도 그래서일까. 요가 수업을 다니고 있지 않더라도, 쟁기자세만큼은 종종 집에서 하고 있다. 이 감각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이전에 못했던 것을 해낼 때의 뿌듯함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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