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월 4천 매출 나와버린 동네카페비결'
아주 제목부터가 내 맘을 후벼 판다. 그놈의 인스타 알고리즘 때문에 못 볼걸 보고야 말았다. 각종 성공기들의 범람 속에서 웬 쭈그리가 따로 없는 나의 생존기는 웬만하면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야 될 것 같다.
근데, 궁금하긴 하다.
월 4천을 벌면 아주 많이 행복할까?
1인 카페의 사장이자, 유일한 직원인 내가 몇 잔의 커피를 팔아야, 혹은 몇천 개의 구움 과자를 생산하고, 판매해야 그 매출이 나올까?
굳이 계산하지 않기로 한다. 생각만으로 도가니와 손목이 시큰거린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아도, 도가니와 손모가지를 바쳐서라도, 일단 벌어보기 만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만.
카페를 해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한 적 없지만, 적당히 버는 것조차 이렇게 녹록지 않을 줄 몰랐고, 빚지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군분투해야 하는 줄도 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대출을 받고 말았다.
그것을 나는 1인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 2회의 휴무를 꼭꼭 챙기고, 저녁식사는 꼭 아이들과 같이 먹으며, 나의 워라밸을 필사적으로 사수하려 한 것에 대한 지불. 꼭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출근한 것에 대한 지불. 요가와 등산을 하며 불혹의 체력을 단련한 것에 대한 지불이라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었다.
영업이래 최저매출 22000원을 기록한 날, 나는 내가 자기혐오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홀로 오직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카페에 갇혀버린 나를 꺼내주어야 했다.
조용히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다. 생애 처음으로 경제, 경영, 마케팅, 브랜딩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 문제였던 내가, 드디어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되었다. 카페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책 속의 스승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자신을 마주하라고 했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라고 했다.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엄청난 돈과 커다란 성공, 완벽주의를 요구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그에 비해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불완전한 나를 마주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나란 사람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했다. 나의 미약한 성취뿐만 아니라 나의 실패, 취약점 같은 것들, 이전엔 삶의 군더더기처럼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부분들조차 말이다.
내가 1인카페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마흔이 넘어도, 동네 골목 상권의 자영업자여도,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다. 글을 쓰는 것이 바로 장사를 잘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3년 전 카페를 창업해서, 알 수 없는 미래에, 문을 닫게 되는 그날까지, 현재를 직시하고자 지금의 나를, 내가 하는 것을, 내가 느낀 것을, 내가 배운 것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써 내려갈 것이다. 그래서 자꾸 버티면서 카페사장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우기는 나에게, 그저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나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구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출발한다.
좋은 사장은 잘하는 사장이 아니라, 직원이 잘하게끔 해주는 사장이라고 한다. 나는 카페의 사장이자 유일한 직원이다. 절대로 나 없으면 안 굴러가는 회사다. 나는 내가 나를 잘하게 독려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믿는 것이다. 잘할 수 있다고.
이제 나를 믿고, 일을 맡기고, 지지할 것이다.
'업무의 표준화, 구조화'의 표본으로 일컫는 350~400 페이지의 업무기준서 ‘무지그램’으로 유명한 일본 무인양품의 CEO, 마쓰이 다타미쓰가 항상 수첩에 적어놓고 힘들 때마다 맘에 되새기는 말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초조해하지 말고
머무르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일단, 좋아 보이는 것은 따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