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하수 Jul 24. 2023

 코로나19, 자연이 행복해야 인간도 행복하다

-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코로나19, 자연이 행복해야 인간도 행복하다

               -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부터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되었다. 도시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이 파괴되었다. 소시민들이 쫓겨난 삶의 터전에는 돈과 권력을 지닌 자들만 살 수 있는 고급저택들이 들어섰다.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는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개발을 추진하던 당시 우리 사회의 물질문명과 이기적인 현대 문명을 비판한다.

  이 시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6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시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가 2023년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요즘 어른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서 "내 알 바 아니에요", "나만 아니면 돼요"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학생들에게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했던 철학자의 말을 들려주면 "내가 따 먹지도 못할 사과나무는 왜 심어"라는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자신의 생존과 이득이 최우선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호구 되기 딱 좋은 말로 여겨진다.

  극히 강한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 사는 아이들. 지극히 현실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부터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가, 우리 지구가 유지되고 있기에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하다"라고 작고 힘없이 중얼거리곤 한다.     

  인간의 삶에서 "내 알 바 아닌데요"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것들이 있을까?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고 작고 사소하게 보이는 일들이 나비 효과를 일으켜 태풍을 몰아오기도 한다. 인간은 자연 없이 나 홀로 행복할 수 없다.


  2020년도부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인간들의 삶은, 지구라는 우리의 세계는 모든 것이 갑자기 다 멈췄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어둡고 캄캄한 긴 터널을 지나듯 마스크를 쓰고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 갇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삶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하는 질문은 나에게,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백신만 개발하면 되는 걸까?

이제 백신을 맞았으니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이 된 걸까?

코로나19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박쥐가 문제일까? 박쥐를 다 없애면 될까?

조류인플루엔자는 철새가 문제일까? 닭과 오리만 없애면 될까?

구제역은 멧돼지만 없애면 그만일까?

광우병은 미친 소가 문제일까?

메르스는 낙타가 문제일까?     


  코로나19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열대지방에서만 서식하던 박쥐는 지구 온도가 올라가자 온대지방으로 서식지를 넓혀간다. 박쥐의 종류가 대략 1,400여 종인데 그중 40여 종의 박쥐가 중국 남부로 옮겨가 서식한다. 박쥐는 기본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평균 2개에서 3개씩을 가지고 있어 중국 남부의 40여 종의 박쥐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 균은 100여 종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100여 종이 남았다는 얘기다.

  인간에게 전염률이 높은 이유는 전 세계의 인구 증가와 관련이 있다. 도시 집중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1만여 년 전 지구상에 흩어져 살았던 인간은 5천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인간은 다양한 생물종 중에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 인구는 700억 명으로 생물종 중에 99%를 차지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양한 생물종들은 지구를 장악한 만물의 영장인 인간과 인간의 자연 파괴로 사라졌다. 나머지 생물종들도 사라지는 중이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 우림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린다. 아무 조건 없이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해 준다. 그런데도 하루에 여의도 면적만큼의 아마존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있다. 울창한 나무들을 베어낸 그 자리에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를 위한 돼지와 소와 닭의 사료들이 재배된다.

  이렇게 숲이 파괴되면 지구는 사막화되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상승한다. 지구 온난화는 이상 기후와 해일을 일으키고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볕에 선글라스도 없이 그대로 노출된 원주민들은 시력을 잃고 눈이 먼다. 해수면 상승으로 몰디브와 투발루 등 섬나라는 50년 이내에 물속에 잠기고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점점 간격이 짧아지며 강력하게 다가오는 각종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없다.


  인간이 던진 부메랑에 인간이 맞아 다치기 전에 "자연이 행복해야 인간도 행복하다"라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의 삶이, 지구가 더 망가지기 전에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에 대하여 성찰해야 한다. 단순히 분리수거만 잘하면 된다거나 에너지 절약 차원의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삶의 방식과 소비 형태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이전 06화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