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글쓰기 챌린지 8) 그나마 있던 반지가 사라졌다
저는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이 없는 편입니다.
결혼반지도 결혼 후 몇 개월 정도 꼈던 것 같고 누군가의 결혼식이나 좋은 행사가 있을 때 종종 끼고 나갔긴 했는데 습관이 안되니 너무 불편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리고 반지를 꼈다고 그렇게까지 손이 예뻐 보인다던지 보여줄 만큼 대단한 것 같지도 않고 패션의 완성이 되었다는 느낌도 딱히 없어서 언젠가부터는 아예 끼지 않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작년 중반쯤 동네 학부모들 톡방에서 물고기 반지를 다 같이 맞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귀금속 하시는 분을 통해 공동구매로 다 같이 맞추면 조금은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고, 이 반지는 패션이 아니라 이제 막 중학생 아들들을 둔 엄마들이어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시기이니 아이를 위해 문제없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끼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동참했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반지를 구매해 봤어요. 한동안은 외출할 때 이 물고기 반지를 꼭 끼고 나갔어요.
아들을 생각하며 오늘 별일 없어라. 원하는 거 이루거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반지를 꼈지요.
그러다가 몇 개월 지나니 또 예전처럼 꼈다 안 꼈다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학교 총회가 있어서 물고기 반지를 끼고 외출했어요.
'아들아 즐거운 학교생활 하길' 염원하며 기분 좋게 꼈지요. 하지만 집에 돌아오고 나서 알게 되었어요.
물고기반지를 보며 했던 마지막 기도였다는 것을요.
혹시나 집에서 떨어뜨렸나 해서 한참을 찾았는데 사실 언제부터 없었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있을 때는 껴도 그만 안 껴도 그만이었던 반지였는데 없어지고 나니 상실감이 컸고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어요.
약간 지니고 있던 부적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원래 없던 건데, 이런 거 없이도 아무 일 없이 잘 지냈었는데 은근히 의지하고 있었구나 깨달았어요.
한참을 맘 아파하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 하며 보내주기로 했답니다.
그 편이 정신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이런 것에 운을 걸고 내 아들을 보살펴 달라 하는 것이 참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렇게 생각해야 덜 아쉬우니까 애써 합리화해 볼게요.
물고기반지야 지금 어디에서 헤엄치고 있니.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그 누군가는 좋아하거나 안타까워하고 있겠구나.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네가 나의 마음을 조금은 안심시켜 주었으니 고맙다.
어디에 누구에게 있든 기쁨을 주렴,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