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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umi 여이진 유신디 Oct 13. 2023

나의 또 다른 엄마

집/유신디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서 일까? 이곳에서도 유독 할머니들과 잘 지내는 것 같다. 엄밀히 따져 우리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지만 적어도 나는 그녀를 나의 아일랜드의 엄마라고 여기고 있다.

마가렛 할머니는 자신의 작은 뒷마당에 앉아 책을 읽거나 마당을 정리하거나 혹은 햇빛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곤 했다. 나도 그녀를 따라 마당에서 종종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뒷마당에서 대화를 나눌 때면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 할머니는 따뜻한 차와 쿠키를 내어주었고 본인은 ‘와인타임’이라는 말과 함께 화이트 와인을 따라 마셨다.

그날도 어김없이 햇빛을 쐬며 차를 마시던 중 대부분의 시간을 마당에서 보내는 그녀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할머니, 내일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에요?”

“나는 나의 공간을 좋아해. 이곳에서 매일 마당을 가꾸고 앉아 책을 읽고 와인을 마시는 순간순간이 너무 좋아.”


생각지 못한 대답에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나는 수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수많은 곳을 여행했어. 그 경험들이 충분했기 때문에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즐겁게 살고 있어.”


그날 날씨가 유독 좋았던 탓일까 그날 이후 나는 그녀의 정원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작은 뒷마당은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녀가 늘 앉아있는 의자 뒤편으로 작은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고 빨간 지붕을 가진 작은 창고 처마에는 귀여운 크기의 딸기들이 옹기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만의 공간이 주는 여유와 안정감. 나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만의 온전한 공간, 나도 나이가 들어갈 때 그녀처럼 살고 싶다. 나만의 소중한 공간에서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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