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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눈물 쏙 나는 사레와 기침

그림 : Dottie Kim 글 : Mama Lee

by kimleekim

원인과 상황이 달라도 같은 증상으로 불편을 겪는다.
대단한 고통이 아니라도 쿨럭쿨럭 기침은 일상을 방해하고, 불편하게 한다.
대단한 고통은 아니라도 불편의 감정을 이해하고, 해소 방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생각에 강력한 연대감이 느껴진다.


기도는 공기를 몸으로 보내는 관이고

식도는 음식을 몸으로 보내는 관이다.

기도와 식도 위에는 후두개가 덮여 있어, 공기와 음식이 기도와 식도를 통해 폐와 위로 잘 전달되게 하는데,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기도와 식도의 관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신호를 보낸다.

쿨럭쿨럭쿨럭 하고.


서로 다른 이유로 집안에는 쿨럭쿨럭 소리가 들린다.

신라면 정도의 매움을 간신히 감당하는 아빠는 깜빡하고 고춧가루가 들어간 국물을 마시거나, 고추를 얇게 썰어 넣은 음식을 씹게 되면 쿨럭쿨럭 기침하신다.


식도가 타는 듯이 뜨거운 음식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듯 태연하게 드시지만, 유난히 고추에는 취약하다.

청양고추, 베트남 고추가 아니라도 오이고추를 제외한 모든 초록과 빨강의 고추가 경계경보이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라 한다. 매운맛을 만드는 캡사이신은 식도를 통증에 의해 수축하게 만들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쿨럭쿨럭 기침이 난다.


계절이 바뀌어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집안을 채우면, 습도에 민감한 아이는 쿨럭쿨럭 기침한다.

가습기를 최대로 틀고, 샤워 후 후덥지근 데워진 공기를 풀어놓고, 축축한 빨래를 침대맡에 두지 않으면 겨우내 쿨럭쿨럭 기침한다.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 또한 식도를 수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숏폼 영상에 정신을 반쯤 팔고 밥을 먹을 때도 아이는 기침한다.

천천히 집중해서 음식을 먹고, 음식이 식도로 잘 넘어갈 시간을 줘야 하는데, 영상에 집중한 몸의 신경이 둔감해져서, 후두개가 실수를 하면 음식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가게 되고, 몸이 깜짝 놀라서 이를 토해 내기 때문에 쿨럭쿨럭 기침한다.


매운맛에도 건조한 공기에도 적당히 둔감한 엄마는 기침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쿨럭쿨럭 사레들리는 일이 생겼다.

급하게 음식을 먹거나 노화로 인해 후두개의 근육이 약해지면, 음식을 보낼 때는 기도를 막고, 공기를 보낼 때는 식도를 막아야 하는데 반응 속도가 느려지거나, 잘못 움직이게 되면 쿨럭쿨럭 사레들리게 된다.


원인은 다르지만, 비슷한 소리와 강도로 쿨럭쿨럭 기침한다.

가볍게 몇 번으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숨이 넘어갈 만큼 답답하게, 혹은 목이 따갑게 느껴질 만큼 강렬하게 찾아오기도 한다.

쿨럭쿨럭 기침이 시작되면 오히려 가볍게 몇 번 기침하여 기도를 쫙 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입을 틀어막고 억지로 참기보다, 들숨, 날숨으로 호흡하면서 가볍게 기침으로 기침을 제어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한다.


가족은 각자 쿨럭쿨럭 기침하고 때로는 때로는 눈물을 쏙 뺄 만큼 곤란을 겪는다.

누군가 기침을 하면, 물을 떠주거나, 숨을 참아 보라거나, 편안하게 기침을 해보라 하고, 티슈를 건네준다.

불편함과 어려움, 고통의 원인은 각자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난감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본다.


인생의 고비는 쿨럭쿨럭 잔기침 같은 것이다.

어차피, 서로 각자 눈물 날 만큼 불편했을 테니, 그저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원인을 파헤쳐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해하고, 지나가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이다.


기침으로 기침을 잠재울 때까지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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