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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으로 만든 도쿄 에비스 박물관

도쿄 여행의 명분

by 작은공원

요코하마에서 뜻깊은 인사이트를 얻은 다음날. 나는 도쿄로 향했다.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이동하는 시간이 있는 터라 첫날은 많은 것을 보기보다는 한 곳에 의미를 발견하는 일정으로 스케줄을 짰다. 인사이트가 넘처나는 도쿄에서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한 곳은 바로 '도쿄 에비스 박물관'이었다. 이곳을 정한 이유는 2022년 10월 말 휴관에 들어가 1년 6개월간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올해 4월 오픈했기 때문이다. (작년, 이 사실을 모르고 5월에 방문했다가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했다..)


'도쿄 에비스 박물관'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에비스 브루어리 도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오픈했는데,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박물관을 버리고 브루어리라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었다는 평이 자자했다. '대체 박물관을 어떻게 담았길래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까?'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5시가 넘은 저녁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

에비스 브루어리 도쿄의 광장은 이미 일본 MZ세대들에게 포토스팟으로 유명하다.

먼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광장이었다. '도쿄 에비스 박물관'이 리뉴얼을 하면서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광장이다. 광장은 계절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포토스팟으로 활용되는데, 내가 방문했던 때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일루미네이션과 트리로 꾸며놓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브루어리를 방문하지 않고, 단지 광장을 즐기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았다.

박물관이 아닌 브루어리에 집중한 에비스 박물관

광장에서부터 좋은 기분을 채우고 메인 장소인 박물관이 있는 곳. 브루어리로 들어갔다. 입구에 츠타야 서점이 들어가 있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츠타야 서점은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서점인데, 이 서점이 맥주 박물관 입구에 있다는 것이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마주한 브루어리는 놀라웠다. 에비스의 정체성을 담은 조형물과 색채 속에 브루어리가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안에 박물관이 들어가 있었다. 물론 좌우로 공간을 분리해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박물관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반대편 브루어리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브루어리 속 박물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도쿄인들에게 이곳은 퇴근 후 가볍게 들리는 장소다

에비스가 이렇게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재방문을 통해 에비스의 이야기를 자주 알리자!' 에비스가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브루어리로 바꾼 이유는 재방문이다. 박물관은 새로운 전시가 없다면 재방문이 쉽지 않다. 특히 에비스와 같은 맥주 박물관은 무엇이 더 크게 달라질 수 있겠는가. 재방문이 없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점점 잊힐 것이다. 하지만 이곳 '에비스 브루어리 도쿄'는 철저하게 재방문을 할 수밖에 없다. 좋은 맥주를 좋은 분위기에서 마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찾을 수밖에 없는 장소다. 실제로 내가 방문한 저녁 시간에 회사를 마치고 방문한 회사원들이 꽤 많았다. 심지어 회식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가볍게 맥주를 마신 사람들은 나가기 전 반대편에 전시된 에비스의 역사 이야기를 가볍게 훑어보고 나갔다. 한 번에 기억될 순 없어도 자주 방문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이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설계되었다.


브루어리에서는 박물관을 볼 수 있고, 박물관에서는 브루어리를 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가끔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생각하고, 그 메시지를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부분을 잊게 된다. 또, 메시지를 잘 갖춰 놓으면 소비자는 알아줄 거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다시 보지 않는 것이라면 효과가 있을까? 마케팅에서 지속 이야기하는 부분이 재방문인데 말이다. 이번 '에비스 브루어리 도쿄' 방문은 마케터로서 생각의 본질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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