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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눈으로 요코하마를 바라보다

요코하마 여행의 명분

by 작은공원

밖으로 나가야 할 명분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8박 9일의 일정 중 첫날은 도쿄가 아닌 요코하마로 정했다. 그 이유는 올해 초 '데스티니'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았는데, 거기서 나온 도심을 가로지르는 캐빈(케이블카)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캐빈은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높은 산을 편하게 이동하는 수단인데, 도심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건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아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여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리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요코하마는 캐빈이 다가 아니었다. 과거 부흥과 쇠퇴를 겪으며 다시 일어선 도시의 모습. 거기엔 다양한 인사이트가 녹아있었다.


첫 번째 인사이트는 당연 '도심을 가르는 캐빈'이다.

요코하마의 캐빈을 랜드마크이자 교통수단이다

도심 속을 지나는 캐빈이 지저분하지 않고 어떻게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지 아주 잘 보여주는 예시였다. 특히, 캐빈은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주는 곳으로 발상의 전환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요코하마 아카렌가 창고


두 번째 인사이트는 '아카렌가 창고'다.

아카렌가 창고는 19세기 교역이 활발했던 요코하마 항구에 지어진 창고로 상품이 도쿄에 들어가기 전 보관되었던 보세 창고다. 요코하마는 이 창고와 일대를 간단한 정리만 하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창고 안을 다양한 상점으로 채웠다. 요코하마 항의 장대한 경치와 규모, 그 속에 활발하게 움직였던 교역을 이 창고로 표현한 것이다. 일본의 MZ세대는 물론 관광객들은 드넓은 아카렌가 창고 부지를 자유롭게 거닐고 창고 안에 들어가 북적북적한 쇼핑 경험을 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무역항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아카렌가의 뜻은 빨간벽돌이라는 의미다.)


세 번째 인사이트는 '지역 상권을 위한 광고'다.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은 일본에 있는 차이나타운 중에서 단연 1등이며, 세계 최대 규모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관광객이 당연히 찾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그곳에서 지갑을 여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은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장치를 해두었다. 바로 지하철역에서 차이나타운까지 걸어가는 지하도 벽면을 모두 가게 홍보물로 부착해 두었다. 그것도 그 가게의 스토리를 담아서 말이다. 반면,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등 우리나라 대표 상점가들이 있는 지하도 벽면은 어떤가, 과연 상인들과 상생하는 홍보물이 있을까?


네 번째 인사이트는 '지역 수제맥주'다.

최근 우리나라도 수제맥주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강릉과 부산만 가더라도 심심치 않게 지역 맥주가 보인다. 그럼에도 요코하마의 수제맥주는 인사이트를 주는 부분들이 많다. 먼저 편의점과 호텔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지역 수제맥주를 팔고 있다. 관광객이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말이다. 다음으로 현재 음식점과 이자카야에서 '나마비루(생맥주)'를 현지 수제맥주로 팔고 있다. 이 부분이 아주 참신한 부분이다. 과연 인천의 일반 음식점에서 대기업의 주류가 아닌 현지 수제맥주를 팔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을 요코하마는 실현하고 있다.


다섯 번째 인사이트는 '일본우편선 히와카마루'다.

야마시타 공원에 정박해 있는 히와카마루

일본우편선 히와카마루는 세계 2차 대전 동안 의료선 역할을 했던 선박이다.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이렇게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있는 현실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소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해군의 위상을 어떻게 소개하는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하와카마루가 정박해 있는 곳은 요코하마 메인 관광지인 야마시타 공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 공원에 있는 격.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에 이 선박을 정박해 두고 박물관으로 만들어 소개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학습과 경험의 접근성을 강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1박 2일의 일정을 정리하며 현지인들이 찾는 스탠딩바를 찾았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요코하마를 이렇게 정리해 주었다.


"요코하마는 과거에 정말 잘 나가던 도시였어요. 그러다 경기 침체를 제대로 겪었죠. 하지만 최근에 다시 일어서 도쿄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도시가 되었죠. 이런 변화의 모습들이 거리 곳곳에 남겨져 있어요. 이 모습을 가진 요코하마에 대해 저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요코하마의 거리는 100년 전과 현재가 어울려 있다

그렇다. 요코하마는 실제로 지하철 1~2개 정거장을 두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그 이유가 바로 현지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도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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