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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다행이다

by 엘샤랄라 Mar 18.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니체의 어조는 강하지만, 가만히 그의 문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면

되려 진심을 전하고자 하는

참스승의 가르침이 느껴진다.


나는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살았는데,

사실 진정으로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기 시작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는 듯하다.

나는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내가 어떤 날은 예뻐 보이고,

또 어떤 날은 예뻐 보이지 않듯.

자랑스럽게 여긴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비율을 따짐으로

'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라 말할 수는 없겠다.

내가 추구하는 상황과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속 진심으로 나 자신을 한결같이

자랑스럽게 여길 있어야 했다.

'존재함' 그 자체로도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길

일이었지만, 그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겸손을 가장한 '배움'에 집착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을 담은 글을 쓰고,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면서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객관화'를 위하여 나는 나를 해체하고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강점을 찾아보고,

주변 사람이 생각하는 나를 취합하여

한 편의 글을 쓰고,

그동안 내가 몰두했던 활동들을 정리하여

찬찬히 뜯어보니, 그래도 참 허투루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내가 자랑스럽기 시작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여전히 나는 나의 글에 대해

특별할 것 없고 결점 투성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들과 함께 나간 '새얼문예백일장'에서

뜻하지 않게 '산문부 장원'을 수상하게 되었다.

서른 살, 아니 스무 살 중반부터 일의 특성상

어떤 공모전이나 대회에 도전하는 일은 없었던 터라,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는 사건'은

나에게 일대 충격이었다.

내가 받은 상은 나 자신이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큰 격려가 되었고,

무엇보다 한없이 자신을 깎아내리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발판인 셈이다.

이후로 만족을 모르고 채우기 바빴던 삶에서

'이 정도면 참 잘했다'라는 칭찬스탬프를 마구마구

찍어주는 삶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나 정도면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고 특별해야 도전할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도전함으로 나를 알아가고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을 전환하면서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닿는 대로

도전을 격려하게 되었다.

실패가 두렵다기 보다, 도전에 설레기 시작했다.

보여주고 드러내기 위해

수상 이력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도전하는 삶이라는 증거다.

떠밀려 나가는 대회가 아니다.

내가 나를 알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외부에서 주는 상이 아니어도 되었다.

내가 나에게 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상은 이름을 붙이기 나름이고,

상장은 무한이다.


내가 나에게 상을 줄 수 있게됨으로,

요즘은 참 사는 게 다행이다.

내가 나에게 상을 주지 못하는 그 순간이 온다면,

나는 '죽음을 선택하라'는 니체의 한 마디를

떠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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