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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태양

by 방석영 씨어터
이국의 태양 The sun on the foreign land (2024. ink on korean paper. 55x69)

인생은 '영구적인 초보작업'이다. 처음 맞는 순간순간이 모여 대형의 인생 하나를 이루니, 그것의 모형은 질서 없는 블록 쌓기 마냥 얼기설기하겠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치,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도 인생이라. 그것은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룸이 큰 덩어리 하나보다 견고하듯이, 매 '순간'들이 성실히 역할하여 '삶'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순간들이 낯이 설고 어설프다 느껴져도 실은 굉장히 기특한 것들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으려면 각 순간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前) 순간은 그것이고 현 순간은 이것이니, 전의 순간을 이루는 감정들이 다음의 순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소 설핀 것이 인생의 방해꾼을 만들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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