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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카 Stica Dec 13. 2023

치앙마이, 커피 걱정일랑은 (1)

부록4. 치앙마이 카페 탐방기, 님만해민

치앙마이 한달살기에 마음이 푹 놓였던 이유 중 하나. 맛있는 커피를 싸게(맘 편하게) 양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얄궂게도 나는 원하는 만큼 커피를 많이 마실 수 없는 신체를 타고난지라, 오전 중 커피 한잔에 곧장 하루치 카페인 섭취량을 가득 채워버리고 만다. 그래서 자주 디카페인 원두 사용을 요청하거나, 커피 대신 말차라떼나 타이 밀크티를 시켜야 했다. 또, 카페를 찾을 때는 보통 음료의 맛도 중요했지만 최소 한시간은 눈치 안보고 책을 읽거나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지의 여부도 큰 고려요인이었기 때문에, 구글맵 리뷰에서 장소에 대한 코멘트도 눈여겨 보았다. 그렇게 찾아간 카페 여러 곳 중, 좋았던 데를 위주로 리뷰한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커피를 많이 마시지도 못하고 커피를 해박하게 잘 알지도 못하는 자의 소심한 카페 리뷰다. 우선 내가 머물렀던 숙소가 위치한 님만해민 지역부터.


1. GRAPH ground

실험적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커피를 선보인다. 그런데 맛있다! 게다가 인테리어도 고급지고, 실내 에어컨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치앙마이 카페는 선풍기만 있거나, 그조차도 없는 경우가 흔하다.) 단점이라면, 예상이 되겠지만, 가격이 많이 비싸다는 것. 다른 카페에 비해 가격이 두배는 된다. 식수도 공짜로 주지 않고 병입한 것을 15밧에 판매한다. 돈 값은 해야하니, 화장실이 남녀 따로 있고 깨끗하다. 


작년에 숯을 넣은 커피를 먹어보고 반했던 기억이 나서 숯 넣은 커피를 또 마실까 하다가, 새로운 커피를 골라봤다. '마그마 (Magma)'라는 메뉴인데 정말로 맛있다. 에스프레소와 아보카도, 아몬드밀크가 서로 잘 어울리고, 당도도 딱 알맞다. 커피 맛이 부재료에 지나치게 희석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쓴맛만 강조되지도 않는다. 130밧. 원님만에도 GRAPH 카페가 생겨 가볼까 했는데 그 지점은 끝내 들러보지 못했다.  

'Magma', 130THB. @GRAPH Ground
작년에 먹은 'Soul Smith'. 숯가루가 들어가고, 달콤하며 바닐라향이 났다. 올해도 숯가루 넣은 커피가 있기는 했는데, 새로운 메뉴로 리뉴얼한 듯. @GRAPH Groun
매장 인테리어도 예쁘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유일한 단점은 상기했듯 비싸다는 것! @GRAPH Ground


2. FOHHIDE

공간이 협소한 편이라 오래 앉아있기는 힘들지만, 뷰와 커피 맛이 좋다는 리뷰를 보고 요가 전에 들러봤다. 오트밀크 피콜로 라떼 (70+25THB)를 시켰는데, Roast8ry Flagship Store나 Ristr8to에서 먹었던 것 대비 훨씬 맛있었다. 5층 밖에 안되는 층고인데도 전경이 탁 트여, 푸른 하늘과 사원, 고목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피콜로 라떼, 카푸치노 등, 모든 우유 들어가는 커피가 70밧, 두유/귀리우유 변경 시 25밧 추가, 아몬드 밀크 변경은 35밧 추가. 리뷰대로 오래 앉아있을 분위기는 아니라, 한 시간 가량 앉아있었고 화장실은 가보지 못했다. 

피콜로라테 w/오트밀크, 70+25THB. @FOHHIDE


3. Rost8ry Coffee Flagship Store

Rost8ry Lab 지점보다 자리가 넓고 콘센트 사용이 편리해서 남편이 있는 동안 제일 자주 갔던 카페다. Rost8ry Lab과 메뉴가 똑같고 맛도, 가격도 똑같다. 로고의 R과 8때문에 Rost8ry가 Ristr8to를 모방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계속 들지만, 인테리어의 세련됨이나 직원의 친절도, 커피의 맛이나 라떼아트까지 모든 측면에서 Rost8ry가 훨씬 낫다. 오래 앉아 일하는데 있어 약간의 단점이라면, (대부분의 치앙마이 카페가 그렇듯) 화장실이 남녀공용이다. 그래도 화장실이 두개고,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 되는 편. 


더티커피와 플랫화이트에서부터, 피카디 (Ficardie), 시가레토 (Cigar8to, 지브랄터에서 영감을 받아 치앙마이에서 만든 커피라는데, 그래서인지 지브랄터와 맛이 비슷), 지브랄터 (Gibraltar), 피콜로 라떼(Piccolo Latte), 코르타도 (Cortado)등 다양하게 마셨고, 모두 맛있었다. 대부분의 커피가 88밧이고 오트밀크 변경시 10밧이 추가된다. 다 맛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초콜렛 얼음을 넣어 나오는 쉐이큰 모카 (Shaken Mocha, 130+10THB)가 가장 맛있었다. 지나치게 달지 않고 초콜렛의 향과 우유의 고소함을 살리는 한편으로, 커피 맛이 꺾이지 않는 극강의 조화

카페 건물 전경. @Rost8ry Coffee Flagship Store
Shaken Mocha, 130+10 THB @Rost8ry Coffee Flagship Store
Godmother Mocha w/ Oat Milk (90+10THB) @Rost8ry Coffee Flagship Store

4. Toffee Roasters

커피 맛에 대한 호평이 자자해서, 궁금해져 가본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른다. 외국인 손님들이 많고,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든다. 처음 갔을때는 블렌드 원두 (Fudge Blend)로 아이스 롱블랙(70THB)과 오트밀크 말차라떼(100+30THB)를, 두번째 갔을때는 블렌드 원두 (Fudge Blend)로 따뜻한 롱블랙(70THB)을 마셨다. 아이스 롱블랙은 살짝 산미가 있어 상큼하게 마시기 괜찮았고, 따뜻한 롱블랙은 무겁고 진하기만 하고, 향이 깔끔하지 않아 별로였다. 말차라떼도 너무 연했다. 인테리어가 미니멀하고 감각적이다. 대신에 오래 앉을만한 자리와 분위기는 아니라, 혼자 다시 갔을때는 책만 한 시간가량 읽다 왔다. (테이블이 낮아 책 읽기에도 다소 불편하다). 화장실은 남녀공용 한개. 

남편과 처음가서 시킨 아이스 롱블랙(70THB)과 말차라떼(100+30THB) @Toffee Roasters

5. All Black Coffee

다양한 싱글 오리진 커피를 깔끔한 맛으로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가격은 산지에 따라 60밧에서 70밧. 가게 이름처럼 블랙커피만 핫/아이스를 선택해 주문할 수 있다. 숙소와 아주 가까웠던 까닭에, 주로 요가를 가기 직전 또는 직후에 너무 피곤하거나 목이 말라 나도 모르게 들어가 주문을 넣고는 했다. 케냐, 에티오피아, 르완다를 한번씩 사마셨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평타는 치는, 본질에 충실한 맛이랄까. 에티오피아가 향이 좀 풍부했던 것 빼고는 대체로 원두의 개성이 강하지는 않았다(케냐에서는 강한 카페인과 산미를, 르완다에서는 가벼운 달콤함을 기대했었다). 아래 사진은 일회용 잔밖에 없지만, 매장내 마시겠다고 하니 킨토(KINTO)의 더블월 글라스에 내어주었다.  


계속해서 손님이 들어오지만 붐비거나 시끄럽지 않아 조용히 앉아있기 좋다. 실내 냉방은 기대할 수 없고 컴퓨터 작업을 할만한 테이블도 아니지만,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어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한가로이 고즈넉한 분위기가 Toffee Roasters보다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케냐 아이스커피 70THB @All Black Coffee
르완다 커피 70THB @All Black Coffee

6. Morestto

쾌적한 환경으로는 GRAPH 다음이 아닐까. 탁트인 창문 덕에 채광이 우수하고, 흰색 바탕에 목재와 식물로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가 미니멀하니 근사하다. 화장실도 남녀 구분이 되어 있고 깨끗하다. 다만 음료의 맛은 그럭저럭.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고, 가격은 아주 약간 비싼 편이다. 두 번 갔고, 더티커피(85THB)를 두번 주문했고 카푸치노(65THB)와 말차라떼(75THB)를 마셔봤다. 카푸치노와 말차라떼는 오트밀크로 변경해 마셨던 것 같은데, 변경 추가금액이 20밧이었는지 30밧이었는지 확실히 기억나지 않아 기재하지 않았다. 

내 카푸치노와 저 멀리 보이는 남편의 더티커피. 조용하고 시원해 일하기 좋다. @Morestto

7. Light Brown Coffee 

공간은 작지만 컴퓨터 작업이 가능한 테이블이다. 매장이 깨끗하고, 지나치게 붐비지 않아 차분하다. 커피 맛이 가격대비 괜찮은 편으로, 사장인지 직원인지 모를 일하시는 젊은남녀 두 분이 아주 친절했다. 재즈 페스티벌 글을 쓰면서 전통풍습 '쩌이 서'에 대해 물었는데, 귀찮아하지 않고 자세히 알려주셨을 뿐 아니라, 여자분은 한국어 실력까지(!) 발휘해 한국어 독음을 써주며 도움을 주려고 하셨다. 피콜로라떼 우유를 오트밀크로 변경해 마셨는데, 놀라운 맛까지는 아니었지만 맛있었다. (오트밀크 변경에도 맛있는 커피를 찾기는 워낙 쉽지 않다.) 마침 오트밀크 커피 프로모션 중이라 80THB(원래 가격이라면 65+50THB)에 마셨다. 화장실은 남녀공용, 1개다. 


8. Stoic Cafe

여행 마지막날에서야 찾아가보았다. 역시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컴퓨터 작업이 가능한 카페. 마감시간에 가까운 늦은 시간(오후 4시반)에 방문해서인지 붐비지 않았다. 내가 갔을때는 외국인 남성 두명이 한 테이블, 일본인 여성 두명이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늦어 커피는 마시지 못하고 타이티를 시켜 마셨는데, 오트밀크로 변경한데다 당도를 30%로 낮췄는데도 불구, 아주 진하고 맛있는 밀크티(65+25THB)를 마실 수 있었다. 다른 음료의 맛도 기대해볼 만하다. 화장실은 외부에 있다. 

오트밀크 타이티 (65+25THB) @Stoic Cafe

9. LOT

숙소에서 가장 가까웠는데 정작 두번밖에 안가봤다. 오가다 보면, 꽤 늦은 시각까지 실외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여럿 앉아 노트북 작업을 하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며 활기를 잃지 않는 듯 보였다. 인테리어가 세련됐고, 현지인 젊은이들도 많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다. 현지인 젊은이들은 대개 함께 과제를 하는 듯, 무리지어 작업을 하기도 하고 의논을 하기도 했다. 콘센트는 화장실 바로 앞 테이블에만 있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내가 갈때마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던데다, 어째서인지 커피 맛이 특별히 기대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코코넛 워터(80THB)와 오트밀크 말차라떼(85+25THB)만 마셔봤다. 코코넛 워터는 (코코넛 그대로가 아닌) 얼음컵에 담아 줘서 식당에서 파는 코코넛 워터 대비 양이 적었고, 말차라떼는 평범한 맛이었다. 화장실은 두개였는데 남녀공용이지만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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