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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카 Stica Dec 13. 2023

치앙마이 한달살기 루틴: 요가원

부록1. 님만해민 지역의 요가원 두 곳

한달살기 요가원을 고르는데 있어 가장 크게 고려했던 것은 숙소와의 거리. 한두 곳을 정해 꾸준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자연히 숙소가 위치한 님만해민 지역의 요가원들을 우선적으로 알아봤다. 


Om Ganesha Yoga

옴가네샤 요가원 (Om Ganesha Yoga) 내부. 깔끔하고 넓다. 


내가 지내던 숙소 Liv@Condominium과 가장 가까운 곳은 옴가네샤 요가(Om Ganesha Yoga). 걸어서 6분 거리에 있었다. 최근 새단장해서 이사온거라더니, 내부 인테리어가 차분하고 정갈한 인상을 준다. (단, 1층에 인도 음식점이 있어서, 요가 도중 인도 요리 냄새와 환풍장치 소리가 꽤 신경쓰일 때가 있다.) 매트와 블럭 등 도구가 모두 제공된다. 10회권을 2000THB(약 7.4만원)에 결제해서 모두 다 썼다.


매월 요일과 시간대별 시간표가 짜여지고, 너댓명의 요가강사가 각자 전문분야인 빈야사, 아쉬탕가, 하타와 파워요가까지 다양한 요가를 가르친다. 내가 갔을때는 Cee가 빈야사를, Ying이 아쉬탕가와 하타를, Jampee가 파워요가를 가르쳤다. Toon은 Morning Flow라는 이름의 수업을 가르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요가에 속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Cee와 Ying이 운영하는 것 같고, Cee가 늘 Ying을 '내 언니' (my sister)로 소개하는데 둘의 외모가 많이 닮지는 않아서, 의자매인지 친자매인지가 계속 궁금했다. (역시나 묻지는 않았다.) 


Cee의 수업은 빈야사치고 많이 힘들지 않았고, 참여 수련생들이 모두 잘 따라오지 못해서 그런지 천천히 진행되었다. Jampee의 파워요가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Jampee가 워낙 나이스하게 수업을 이끌어줘서 수업시간이 유쾌했다. 


반면에 오너여서 그런지 Cee와 Ying은 아주 살가웠고, 둘 중에서도 Ying이 특히 그랬다. 어느 일요일 아쉬탕가 수업에,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한국인 아주머니가 오신 적이 있었다. Ying은 나를 붙잡고서 "아쉬탕가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의 질문을 묻게 하고, 세번 정도 해본 적이 있다는 아주머니의 대답에, "여기 가운데로 자리를 정해드렸어요", "좌우, 앞뒤를 보시고 따라하실 수 있도록요" 등의 말을 찬찬히 한 문장씩 통역시켰다. 잘 못따라오는 사람을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자리하게 하고,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치껏 자세만 조금씩 잡아줘도 누구하나 아쉬운 소리를 할 사람이 없을 텐데. 웬만한 열정 가지고는 못할 일이다 싶었다. 이 사람, 늘 밝게 웃어준 게 다 진심이었구나. 


통역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Ying은 그날 수업 중 마르치아사나D 구령을 넣는 내내, 나를 붙잡고 으론쪽과 왼쪽, 양쪽 자세를 다 만들어주었다. (아쉬탕가 쪼렙은 아직도 몸이 아주 가볍고 컨디션이 좋을 때라야 마르치아사나D를 스스로 완성할 수 있다.)



Ashtanga Chiangmai

선생님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사진. 로고까지 박아두셨다. @Ashtanga Yoga Chiangmai

그래도 역시 내가 가장 애정하는 요가는 아쉬탕가. 퇴사 후 3개월간 마이솔 수련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하면 마이솔 수련을 하고 싶었다. Ashtanga Chiangmai는 7시에서 9시반까지 마이솔 수업만 한다. 각자 동작을 진행하는 것이므로 시작 시간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늦어도 8시반 전까지 와야한다고 한다. 10회권에 2400THB (약 8.9만원)


Nui 선생님 혼자서 요가원을 운영하고 있다. 숙소에서 요가원까지는 걸어서 20분이 채 안되는 거리인데도, 처음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마다 같은 길을 가다보니 금세 익숙해졌고, 이른 아침인만큼 고요한 거리를 걷는 일이 요가를 하는 것 만큼이나 좋아졌다. 


이 요가원이 마음에 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현지인 비율이 높다는 점이었다.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라면, (아무리 장기생활자들이 많다지만) 오래 다닌 수련생보다는 뜨내기로 오가는 수련생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이 요가원에는 오래 다니고, 수련 진도도 그만큼 많이 나간 현지인 중장년층 수련생들이 꽤 많았다. (옴가네샤를 비교해볼때, 옴가네샤는 거의 모두가 외국인이고, 특별한 점이 있다면 1~2년전에 왔던 외국인이 또 찾아온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Nui 선생님이 외국인과의 소통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남편분이 미국분이라 그런지, 치앙마이에서 만난 요가 강사분들 중에서 (Jampee 다음으로) 영어를 가장 잘 하셨다. 또, 일본계 회사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하셨어서 일본어도 잘 하시고, 최근에는 한국어도 (다시) 배우기 시작하셔서 생각보다 한국어 구사능력도 수준급이시다. 

백발의 할아버지도 오신다. @Ashtanga Chiangmai

한국에서 마이솔 수련을 했던 요가원에 비해서는 수련생이 훨씬 적은 편이다보니, 자세 교정을 더욱 꼼꼼히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몸이 유연한 편이라, 각종 전굴자세에서 앞으로 몸을 뻗다보면, 아무리 어깨를 내리고 있어도 상체 전체가 스르르 접혀버리고 만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바닥을 향하게 되는데, 그러지말고 시선을 발가락에 계속 고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코멘트를 자주 해주셨다. 또, 푸르보타사나(Purvottanasana)에서는, 나중에 진도가 더 나갔을때 적응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손과 손 사이, 다리간 간격을 넓혀두는게 좋다는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점프백(jump back)과 점프스루(jump through)를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블록을 매트 중간에 두고 발이 닿지 않도록 뛰는 연습을 시키려고 하셨는데, 아쉽게도 계곡에서 넘어져 다친 곳이 끝까지 낫지 않아 제대로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내게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한국인 수련생들과 점심을 먹은 사진을 보내주며, 한국어 공부하길 참 잘했다, 라며 연락을 보내오셨다. 손석구와 정해인, 최정훈이 큰 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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