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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카 Stica Dec 13. 2023

원래 여행은 먹는거잖아요? (1)

부록2. 치앙마이 미슐랭 빕구르망 식당 탐방

원래 여행은 먹는거잖아요?

미슐랭 가이드 2023, 빕구르망

정해진 시간을 머무는 동안, 맛난 현지음식을 원없이 먹고 가겠다는 일념하에 참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찾아갈 시간이나 체력이 부족한 날은 배달을 시켜먹기까지. 정리해두고 보니, 이렇게까지 열과 성을 다해 먹을 일이었을까 싶은 수준이다. 우선은 2023 미슐랭 가이드에서 소개된 식당 중에서도 빕구르망으로 선정된 식당부터 소개한다. 


1. 카오소이 매싸이 (Khao Soi Mae Sai, 빕구르망)

님만해민 위치. 작년에는 없던 호출벨 시스템이 생겼다. 우선 가게 안쪽 왼편에서 호출벨을 받아 나와 기다려야 한다. 또, 작년에는 아침 8시쯤 이른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대기가 전혀 없었는데, 올해 갔을때는 평일 9시였는데도 불구하고 호출벨을 받아 대기해야 했다. 이름난 가게치고 압도적으로 싼 가격 (카오소이 50THB) 때문인지 늘 문전성시다. 현지인도 많고 외국인도 많다. 그렇게 대기 후 먹으니 오히려 음식의 맛은 반감되는 듯 했고, 몰려드는 손님들을 대하는 주인 아저씨도 피로해서인지 작년보단 덜 살가웠다. 작년에 남편과 찾아갔을때는 주인아저씨가 직접 뭐 먹을건지도 물어봐주고, 자리도 안내해줬는데. 그땐 음식 맛을 본 후 남편과 내가 이구동성으로 두 눈이 번쩍 뜨인다!라고 외쳤더랬다. 올해는 글쎄. 나와 합석해서 카오소이를 먹은 한국인 언니도 뭐가 특별한지 모르겠다며 떨떠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번호는 24번 @Khao Soi Mae Sai
돼지껍질 튀김을 10밧 주고 추가해 먹을 수 있다. 선반에 붙은 빨간 미쉐린 스티커가 눈에 띈다. @Khao Soi Mae Sai
드디어 먹게 된 카오소이. 반가웠던 점은 (꽤 많은 카오소이 식당에서 고수를 올려주지 않는데)  고수를 올려준다는 점! 확실히 고수가 들어가야 맛있다. @Khao Soi Mae


2. 후엔무안자이 (Huen Muan Jai, 빕구르망)

님만해민. 카오소이 매싸이와 아주 가깝다. 카오소이 매싸이를 먹으러 갔다가, 다 도착해서야 문닫는 날인 것을 확인하고 근처에서 예기치 않게 발견한 식당이다. 평일 11시 오픈 시간에 임박하게 맞춰가서, 거의 대기 없이 오픈하자마자 들어갈 수 있었다. 오픈시간을 같이 기다리던 현지인들이 식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테이블이 모두 6인용은 되어보여서 혼자 들어가기 조금 민망했는데,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이라곤 보이지 않고 친절히 대해줬다. 후앙레이 (Huang Lay, 돼지고기 커리)가 맛있다는 리뷰가 많아 하나 시키고, 남니우 (Nam Ngiao, 돼지고기 국수)도 하나 시켜 먹었다.  후앙레이는 150THB, 남니우는 60THB. 싸다! 후앙레이는 약간 과한듯 달지만 맛깔났고, 남니우는 큼직한 고기가 담백하고, 국물맛이 보기와 다르게 깔끔하게 깊은 맛이라 정말 맛있었다.

Huang Lay. 150THB. 비계가 붙은 큼직한 고깃덩이가 들어가고 땅콩도 많이 들어간다. 달다. @Huen Muan Jai
Nam Ngiao. 60THB. 가격이 너무 싼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고기는 물론, 선지도 여러 조각이 들어간다. @Huen Muan Jai

3. 앤트 아오이 키친 (Aunt Aoy Kitchen, 빕구르망)

님만해민 근처, 톤 빠욤 시장 가는 방향. 오후 두시반쯤 느즈막히 찾아갔다. 이름을 보면 아오이 아주머니가 혼자 운영하는 아담한 가게일것 같은데, 막상 가보니 조리하시는 분들이 세분, 서빙하시는 분이 두분이나 계셨고, 가게 크기도 꽤 큰 편이었다. 젊은이들이 타겟 고객층인 듯, 한국 퓨전 분식집(스쿨푸드 등)을 연상케 하는 캐쥬얼하고 영한 분위기가 있었다. 고기볶음 덮밥이 인기메뉴인것 같은데,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 추천메뉴의 계란후라이와 해산물 샐러드 (Fried Egg and Seafood Salad, 170THB)를 먹었다. 맛은 나쁘진 않았지만 아주 특별하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역시 파크라파오 무쌉(돼지고기 바질볶음 덮밥)같은 볶음덮밥류를 먹었어야 했을까. 그래도 파파야 대신 망고가 샐러드에 들어가 망고향이 나고 달큰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비엔나 소시지가 들어가지 않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Fried Egg and Seafood Salad @Aunt Aoy Kitchen (170THB). 안쪽에 튀긴 계란이 들어가 있다. @Aunt Aoy Kitchen


4. 에스피 치킨 (SP Chicken, 빕구르망)

올드타운. 작년에 한번, 올해 두번 모두 오후 3시에 도착했다. 구글맵상 영업시간이 오후 5시까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번 모두 재료소진으로 먹어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갔을때, 오늘만은 기어코 먹어보리라는 의지를 불태우며 택시를 타고 가서 오후 1시쯤 도착했다. 예상한것처럼 대기줄이 늘어서 있었고,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테이블에 착석할 수 있었다. 아직도 기다리는 사람이 한참이나 많이 남았는데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는 것이 미안해서, 역시 혼자 온 대만청년에게 합석하자고 제안해 같이 앉았다. 의외였던 것은, 일본인 여행객이 가게를 찾은 손님의 50%는 될 만큼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치킨'이래서 찾아보지도 않고 (중국 하이난식) 치킨 라이스겠거니 했는데 닭 숯불구이였다. 사장님 내외로 보이는 두 분이 종일 숯을 추가해 넣고, 꼬챙이에 끼운 닭에 부채질을 하며 굽는다. 닭 외에 돼지고기도 숯불 철판에 구워 판다. 나는 쏨땀(50THB)로스트치킨 반마리(95THB)를 주문해 먹었다. '중국케일' (Chinese Kale)이라고 메뉴에 나온, '동갓' (중국어로는 芥蓝) 볶음을 오랜만에 먹으려 주문했는데 재료가 없다고 해서 쏨땀으로 바꿨다. 


합석한 대만청년은 돼지구이도 시키고 닭도 한마리나 시켰다. 로스트치킨을 먹어본 그의 소감은 '코스트코 치킨이랑 뭐가 달라?'였다. 나는 그것보다는 맛있지! 라고 대꾸했지만 자신있게 어떤 점이 다르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물론, 훨씬 더 신선하기는 했다. 쏨땀도 좋았다. 좀 짜서 그렇지. 

닭 해체 현장 @SP Chicken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종일 서서 숯을 추가하기도, 부채질을 하기도 하신다. 덥고 힘든 작업일 듯.  @SP Chicken
작고 소중한 쏨땀 한 그릇. 짜다. 50THB @ SP Chicken
로스트 치킨 반마리. 95 THB @SP Chicken



5. 진저 팜 키친 (Ginger Farm Kitchen, 빕구르망)

님만해민. 쇼핑, 문화 복합공간인 원님만 (One Nimman)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게다가 내외부 인테리어도 근사하고, 직원들도 모두 상냥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만큼 가격은 여타 로컬식당에 비해 비싼 편. 유기농 재료를 쓰고 자유방사 달걀을 쓴다고 한다. 식사 시간이 아닌 때에도 테이블이 꽤 차는 듯 보였다. 나는 오후 4시쯤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서 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배가 고프지 않지만 여러가지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포멜로 샐러드 (185THB)발효생선이 들어간 파파야 샐러드 (95THB), 현미밥 (25THB)을 주문했다. 포멜로 샐러드가 치앙마이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생 레몬그라스가 들어가 향긋하면서,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아 딱 적당하고 담백하여 건강하게 맛있는 맛. 나중에 다른 요리도 여러가지 더 먹어보고 싶다. 

포멜로 샐러드 (185THB). 이번여행에서 먹은 샐러드 중 단연 으뜸. @Ginger Farm Kitchen
파파야샐러드 (95THB). 역시 맛있었지만 포멜로 샐러드만큼 특별하진 않았다. @Ginger Farm Kitchen


6. 로테 이얌 비프누들 (Rote Yiam Beef Noodle, 빕구르망)

올드타운. 소 부속을 거의 못먹다시피 하는 내가, 사진 속 음식을 완식했다. 비린내가 잘 잡혔고, 고기의 식감이 한없이 부드러우며, 국물의 감칠맛이 진하지만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SP Chicken을 세번째 시도했다가 못 먹은 날, 오후 3시 20분쯤 가서 먹었는데 손님은 나 혼자 뿐이었다. 먹고 있는 중, 젊은 외국인커플이 지나가다가 '너 뭐 먹고 있는거니?', '맛있니?'를 물어보기에, 얼굴을 한껏 찡그리며(말이 필요없다구!) 확신의 엄지 손가락을 들어줬다. 그러자 그들도 곧 자리에 앉아 식사를 주문했다. 


구글맵 사진을 보니 몇달 전만 하더라도 메뉴판의 안내가 면의 종류, 토핑의 가짓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오는데, 내가 갔을때는 '중'자와 '대'자 두 가지 선택만이 제시되어 '중'자를 주문했고, 가격은 100밧이었다. 초대 사장님이 중국출신이라고 하고, 국물맛이 숙주 향이 얹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대만에서 먹었던 우육면과 비슷하게 느껴져, 사장님께 혹시 초대 사장님은 어디 출신이셨냐고 물어보았다. 쿤밍(昆明) 출신이시란다. 쿤밍이 태국이랑 가깝지 않느냐며. 대만이랑은 아주 머네. 하하. 

비프누들 중(M). 100THB @Rote Yiam Beef Noodle


7. 로띠 파 데이 (Roti Pa Day, 빕구르망)

올드타운 타패게이트 근처 거리에서 저녁 6시부터 늦은밤까지 장사한다. 주문을 작은 메모지에 써서 꼬챙이에 끼워두는 시스템이므로, 아무 줄이나 가서 서지 말고 주문 먼저 넣어둬야 한다. 메모지 상단의 번호도 기억해둘 것. 기본 20, 30분은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아보인다. 목욕탕 의자가 너댓개 오른편 인도에 놓아져 있어, 운이 좋으면 앉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의자에 앉아서는 가게의 주문확인 요청을 들을 수 없으므로, 대기 초반에만 앉아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나중에 그랩 푸드에서 보니 간혹 배달이 되는 때도 있는 듯 해서, 만약 방금 나온 것보다 덜 뜨끈하고 바삭한 로띠여도 괜찮다면 배달을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두 번을 갔고, 처음에는 버터로띠(25THB)를, 두번째에는 누텔라로띠(25THB)를 사 먹었다. 바나나, 계란, 치즈 등을 다양하게 넣어 먹을 수 있고, 재료가 추가되면 가격도 5밧씩 올라간다. 가장 비싼 메뉴라봤자 45밧.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버터로띠에도 연유를 뿌려주는데, 버터로 튀겨내서 그런지 더욱 바삭했다. 누텔라로띠는 코코넛오일의 향이 나면서, 역시 (그러나 버터로띠보다는 조금 덜) 바삭하고 맛있었다. 겉바속촉, 고소함, 적당한 달달함의 조화가 저 세상 맛을 소환해 온다. 로띠를 굽는 할머니 사장님이 나와 같은 지상계 인간이라는게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랍도록 인자하고 다정한 미소를 띄고 계시다. 

로띠보다도 할머니의 팬이 되었다. @Roti Pa Day (구글맵에는 Rotee Pa Day로 나온다)
누텔라 로띠, 25THB @Roti Pa Day (구글맵에는 Rotee Pa Day로 나온다)


8. 카오소이 매 마니 (Khao Soi Mae Manee, 빕구르망)

창푸악. 그랩으로 배달이 되는 빕구르망 식당이라니! 1호점은 너무 멀고, 2호점은 가까운 편이지만 숙소에서 찾아가기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눈독만 들이고 있다가 배달시켜 먹었다. 단백질 옵션도 다양하고 (닭다리는 물론, 닭가슴살, 소고기, 돼지고기, 새우, 오믈렛 등이 있었던 것 같다), 면 옵션도 다양하다. 나는 원래 닭다리보다는 닭가슴살파이므로 닭가슴살로 고르고, 면은 카오소이에 일반적으로 넣는 에그누들이 아닌 얇은 쌀국수면을 선택했다. 가격은 65THB. 돼지껍질튀김 추가로 30THB 추가, 배달비 36THB에 우선배송으로 6THB 추가, 총 137THB을 그랩으로 지불했다. 결과는 대만족. 


이번 여행에서 먹은 카오소이 중 가장 맛있게 먹었다. 얇은 쌀국수면이라 국물이 잘 배었고, 부드럽고 신선한 닭가슴살이 카오소이와 정말 잘 어울렸다. 다른데서 먹은 카오소이보다 덜 달아 내 입맛에는 제일 잘 맞았다. 

닭가슴살 카오소이에 추가한 돼지껍질 튀김을 올리고, 고춧가루를 더 넣어 매콤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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