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리즈에서는 재즈의 역사를 시대별로 스타일별로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장르가 재즈 퓨전(퓨전, 프로그레시브 재즈)입니다.
이 글은 재즈 퓨전 마지막 편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면 재즈는 다른 음악에 비하여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장르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100여 년의 역사를 거치며 수많은 스타일이 만들어졌습니다.
해당 스타일을 대표하는 뮤지션이 다수이고 관련 작품도 많습니다.
연주 방식을 구분하거나 그 이론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감상자의 선호도 및 취향에 따라 친해지지 않는 뮤지션과 작품이 존재합니다.
특정 스타일은 감상자를 항복하게 만들 정도로 불협화음의 집합으로 들립니다.
밥, 퓨전, 현대 재즈로 넘어가면서 젊은 뮤지션들의 다양한 시도는 재즈와 그 외 어떤 것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제한된 음원 또는 선호도 위주의 음악은 감상자의 주도적인 재즈 듣기를 저해합니다.
연주자와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한 감상은 여전히 제약이 따릅니다.
재즈를 따라가기 위한 정보가 제한되거나 부정확한 내용이 확대재생산됩니다.
적극적이면서도 꾸준한 감상이 늘 요구됩니다.
이유야 많지만 한마디로 시간과 애정이 필요한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은 그동안 재즈를 들으면서 느낀점을 님들과 공유하자는 취지입니다. 독자분들의 재즈 감상에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며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웨더 레포트(Weather Report): 조 바비눌과 웨인 쇼터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 칙 코리아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Mahvishnu Orchestra): 존 맥글러플린
헤드헌터스(Headhunters): 허비 행콕
1970년 초반 퓨전 재즈가 제시되고 확대하는 데 기여한 밴드들입니다. 공통점은 밴드를 설립한 연주자들 모두 마일즈 데이비스 그룹 출신입니다. 재즈에서 퓨전을 얘기할 때 데이비스를 가장 먼저 거론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969년 이후 데이비스는 전자 악기를 도입한 일련의 앨범을 발표합니다.
<In a Silent Way>, <Bitches Brew>, <Jack Johnson>, <On the Corner>, ...
데이비스는 인재를 고르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그의 앨범에는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는 연주자들의 활약도 눈부십니다. 이들은 작품에 참여한 뒤 자신의 그룹을 만들어 재즈 퓨전의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약간 과장하면 1970년대는 마일즈 데이비스와 이들 밴드를 위한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영향력은 1980년대에도 이어집니다. 한편 1980년대에는 재즈 복고주의로 새로운 뮤지션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헤드헌터스가 나타나기 전의 상황
퓨전 밴드 헤드헌터스를 만든 허비 행콕은 하드 밥과 모달 재즈의 괄목할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모달 재즈를 대표하는 앨범 중 일부입니다.
1963년 2집, 1964년 4집, 1965년 5집, 1968년 6집 위 작품들은 행콕이 마일즈 데이비스의 2기 퀸텟에서 활동한 시기와 중복되는 기간의 솔로작들입니다. 블루노트 레코드의 유산으로 행콕의 모달 재즈 대표작들입니다.
행콕의 모달 재즈
4집 <엠파이리언 아일(천상의 섬)>에는 "Cantaloupe Island"와 "The Egg"가 있습니다. "칸탈루프 섬"은 힙합 그룹 Us3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5집 <첫 항해>는 항해를 하면서 느끼는 대양의 분위기를 그려 낸 콘셉트 앨범입니다.
4, 5집에는 라이프타임을 결성하는 토니 윌리엄스가 드럼을 담당했습니다.
1963~1968년 마일즈 데이비스 2기 퀸텟 활동을 마친 행콕은 블루 노트를 통해 1969년까지 위의 작품들 등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1971년부터 므완디시 밴드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퓨전을 지향합니다.
9집: 므완디쉬(허비 행콕), 1971년
퓨전, 아방가르드 재즈
므완디시 밴드(허비 행콕 섹스텟) 첫 앨범
타임지 선정 올해의 대표 앨범 열 장에 포함
허비 행콕: 팬더 로즈
버스터 윌리엄즈: 베이스
빌리 하트: 드럼
에디 핸더슨: 트럼펫, 플루겔혼
줄리안 프리스터: 테너 트롬본, 베이스 트롬본
배니 모핀: 베이스 클라리넷, 알토 플루트, 피콜로
10집: 크로싱, 1972년
퓨전, 아방가르드 재즈
일렉트로닉스와 펑크 중심, 신시사이저 도입
허비 행콕: 피아노, 전자 피아노, 멜로트론
버스터 윌리엄즈: 베이스, 더블 베이스, 퍼커션
빌리 하트: 드럼, 퍼커션
에디 핸더슨: 트럼펫, 플루겔혼, 퍼커션
줄리안 프리스터: 테너 트롬본, 알토 트롬본, 베이스, 퍼커션
배니 모핀: 소프라노 색소폰, 알토 플루트, 베이스 클라리넷, 피콜로, 퍼커션
11집: 섹스턴트(육분의), 1973년
퓨전, 펑크
므완디쉬 밴드의 마지막 앨범
허비 행콕: 피아노, 팬더 로즈, 멜로트론, 무그 신시사이저
버스터 윌리엄즈: 베이스, 더블 베이스
빌리 하트: 드럼
에디 핸더슨: 트럼펫, 플루겔혼
줄리안 프리스터: 베이스 트롬본, 테너 트롬본, 알토 트롬본, 카우벨
배니 모핀: 소프라노 색소폰, 베이스 클라리넷, 피콜로, 아푸체
므완디시 밴드는 3년 동안 펑크, 록, 하드 밥 등의 요소를 접목한 세 장의 출중한 퓨전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1973년 3월 앨범 섹스턴트 발표 후 행콕은 배니 모핀을 제외한 전원을 교체하여 헤드헌터스를 만듭니다.
그리고 9월 녹음을 거쳐 12월 앨범 <헤드 헌터스>를 발표합니다.
앨범 <헤드 헌터스>, 밴드 헤드헌터스(왼쪽 시계방향): 허비 행콕(키보드), 빌 서머스(타악기), 하비 메이슨(드럼), 베니 모핀(색소폰), 폴 잭슨(베이스) 여기서 행콕은 신시사이저를 혼자서 연주합니다. 앨범 전반적으로 펑키한 사운드가 충만합니다.
앨범 커버에서 행콕이 쓰고 있는 마스크는 아프리카 바울레 부족이 춤출 때 쓰는 가면입니다.
Head Hunters
행콕 음악 여정의 분수령이 된 작품
재즈, 펑크, 소울, 힙합 등의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앨범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 중 하나 (미음반협회 플래티넘 인증, 1983년)
웨더 레포트, 리턴 투 포에버, 마하비시누 오케스트라 앨범들과 헤드헌터스 앨범을 비교 감상하셔도 좋고, 먼저 이 앨범으로 재즈 퓨전 감상의 첫 발을 디디셔도 좋습니다. 이 앨범에 느낌이 온다면 님들은 이미 재즈 퓨전에 깊숙히 빠진 것입니다.
참고로 이들 네 퓨전 밴드의 스타일은 선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비유하자면 메뉴는 모두 짬뽕인데 삼선짬뽕, 굴짬뽕, 냉짬뽕, 육짬뽕 이런 따위입니다. 그래서 네 밴드의 음악을 다 감상하시면 어느 밴드가 더 가슴을 뛰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밴드가 바로 님들이 원하는 짬뽕 메뉴입니다.
헤드 헌터스는 현재까지도 존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허비 행콕은 팀을 떠나 독자적인 재즈 탐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재즈로 넘어갑니다.
핫불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