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파커(1920. 8. 20 ~ 1955. 3. 12)
이전 글에서 사치모와 듀크를 만났습니다.
둘의 차이는?
사치모와 듀크:
사치모 중식당은 짜장면을 잘 하고 포장과 배달도 가능합니다.
반면 듀크네는 짬뽕을 잘 하고 탕수육도 괜찮은 집입니다. 게다가 룸이 있어 모임도 가능합니다.
사치모와 듀크의 음악은 중식당 맛집 같습니다.
찾는 손님 모두 중식을 좋아하는데 주문은 짜장면 혹은 짬뽕으로 갈립니다.
여기에 버드라고 불리는 젊은이가 신메뉴를 개발하여 중식당을 엽니다.
셋의 차이는?
사치모, 듀크, 그리고 버드:
이 젊은 주인장이 운영하는 중식당은 좀 다릅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짜장과 짬뽕 둘 다 하는데 유독 쟁반짜장과 직화짬뽕 맛이 좋습니다.
그럼 이 젊은 주인장을 만나러 가볼까요?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별명은 야드버드 혹은 버드(야드버드의 단축)입니다.
대식가에 닭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닭을 지칭하는 남부 용어 야드버드가 닉네임이 되었지요.
록 역사의 태동기였던 1960년대 초기, 뛰어난 록 기타리스트 세 명을 배출한 전설의 밴드가 야드버즈입니다. 이들은 찰리 파커의 닉네임을 따서 밴드명을 만들었고 세 명의 기타리스트는 에릭 클랩튼, 제프 벡, 그리고 지미 페이지입니다.
앨범에서 발췌한 버드의 모습입니다. 어떤 느낌인가요?
사진에는 여자 한 명이 보입니다. 우수와 비운의 보컬 빌리 홀리데이입니다. 닉네임은 레이디 데이이지요.
34년의 짧았던 버드의 생애와 달리 그가 재즈 역사에 기여한 업적은 상당합니다.
사치모의 전통 재즈
듀크의 스윙 재즈
그리고 버드의 비밥
이렇게 1920년대 정립된 재즈가 20세기 전반부를 관통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버드와 동의어인 비밥은 어떤 종류의 재즈일까요?
비밥(Bebop) 또는 밥(Bop)
1940년대 초 스윙의 하모니를 확장하고 안정적인 스윙 박자를 변형하여 긴장되고, 단편적이며, 모호한 음악이 만들어 집니다.
이를 비밥이라고 하며 빠른 템포, 빠른 화음, 많은 코드 변화, 고난도 연주, 그리고 하모니, 멜로디, 음계를 조합한 즉흥 연주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런 접근을 통하여 모든 악기의 독주가 가능하게 되었고 혁신적인 작곡이 가능하게 됩니다.
비밥을 밥이라고도 하고, 비밥의 하위 장르로 하드 밥이 있습니다.
이후 비밥의 연주 양식에 기반을 두지만 밥과 하드 밥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나머지를 포괄적으로 포스트 밥이라고 부릅니다.
비밥의 여러 표현 중 많은 코드 변화를 기억하세요.
사치모의 음악은 톰과 제리에 나오는 음악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듀크의 음악은 빅 밴드의 연주에 맞춰 댄스 플로어에서 춤출 수 있습니다.
버드의 음악은 바에 앉아 연주자의 플레이를 온전히 감상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뿌연 담배 연기와 위스키 한 잔이 놓인 테이블. 어두운 객석과 흐린 조명이 비치는 무대.
플레이어의 연주에 집중하는 관객 그리고 환호성.
이런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비밥의 출현으로 재즈는 대중적인 춤곡이 아닌 예술적으로나 기교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감상용 음악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빅 밴드나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규모 편성에 지휘자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솔로(solo, 1인), 듀엣(duet, 2인), 트리오(trio, 3인), 쿼텟(quartet, 4인), 퀸텟(quintet, 5인), 섹스텟(sextet, 6인), 셉텟(septet, 7인), 옥텟(octet, 8인), 노넷(nonet, 9인), 텐텟(tentet, 10인) 등으로 참여 뮤지션의 솔로 능력 그리고 연주자들 사이의 인터플레이를 중요시하는 방식으로 발전합니다. 이렇게 연주자 수의 증가는 리듬 섹션 또는 혼 섹션을 풍성하게 하여 더 다채로운 소리를 만듭니다.
이러한 구성을 빅 밴드 또는 오케스트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콤보(combo)라고 합니다. 작은 밴드 혹은 그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재즈는 편성에 있어 콤보 또는 빅 밴드(오케스트라)로 나뉩니다. 때로는 스몰 재즈 혹은 라지 재즈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구성 방식은 재즈 사운드의 풍성함, 입체감, 웅장함, 박진감 등에 변화를 주고 연주자들의 상호작용에 변화를 꾀하게 됩니다. 재즈 편성은 나중에 소개합니다.
비밥의 탄생으로 재즈 뮤지션들은 대중을 위한 엔터테이너가 아닌 진정한 연주자로서 발돋움 하는 시대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재즈사에서 1940년대에 버드를 필두로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 중심에 비밥 그리고 버드가 있습니다!
언급하였듯이 찰리 파커가 비밥의 탄생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34세의 짧은 생애와 18년의 공식 활동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버드의 천재성과 혁신으로 색소폰은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등 당시 재즈에서 사용하던 관악기들을 제치고 재즈를 대표하는 악기로 발전합니다.
1949년 RCA 빅터 스튜디오의 버드그의 생애를 알아볼까요?
1920년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피아니스트 겸 싱어였던 찰리 파커와 에디 베일리의 외아들로 태어난 찰리 파커 주니어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성장합니다.
11세에 색소폰 연주를 시작했고 14세인 1934년 링컨 하이스쿨에 입학하여 학교 밴드에서 활동합니다.
1935년 말 연주자가 되기 위하여 자퇴합니다.
1930년대 중반 이후 수년간 하루 15시간씩 연습을 하여 즉흥 연주를 마스터하고 비밥의 몇 가지 연주 방식을 발전시킵니다.
캔자스시티 부근 클럽에서의 공연을 통하여 테크닉을 다듬은 그는 1936년 봄 클럽 르노에서 잼 세션을 하게 됩니다. 이 세션 중 엉성한 버드의 연주에 드러머 조 존스가 폭발한 사건은 아주 유명합니다.
1938년 제이 맥샨 밴드에 가입하여 첫 녹음을 합니다.
1939년 뉴욕으로 온 버드는 Cherokee를 연주하던 중 비밥의 핵심이 되는 특징을 발견합니다. 즉, 반음계를 구성하는 반음을 어떠한 키로도 바꿀 수 있어 단순한 솔로 연주의 한계를 극복하게 됩니다.
1940년 캔자스시티로 돌아와 맥샨 밴드와 투어를 하던 중 야드버드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1942년 맥샨 밴드를 떠나 디지 질레스피가 몸담고 있던 얼 하인즈 밴드에서 일하게 되고, 일을 마친 후 클럽에서 디지 질레스피(tp), 설로니우스 몽크(p), 케니 클락(d), 찰리 크리스천(g) 등과 연주합니다.
버드와 젊은 뮤지션들의 이러한 비밥의 시도는 기존 전통 재즈 뮤지션들의 반감을 샀으며, 1942~1944년에는 음악인 노조의 파업으로 이들의 음악은 방송을 많이 타지 못합니다.
1945년 6월 22일 타운 홀 공연을 계기로 비밥은 연주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는 디지 질레스피(tp), 맥스 로치(d), 버드 파웰(p) 등이 참여했습니다.
1945년 11월 26일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음반을 취입합니다. 여기에는 디지 질레스피(tp), 마일즈 데이비스(tp), 맥스 로치(d), 컬리 러셀(b)이 참여합니다.
1945년 12월 LA 클럽에서 활동하나 성공적이지 못하였고 마약 복용으로 6개월간 정신 병동에 있게 됩니다.
1946년 뉴욕에 돌아온 이후 수년간 음반을 발표하는데 대부분 명연주로 꼽힙니다.
1952년에는 질레스피와 <Bird and Diz>를 발표합니다.
1953년 캐나다 토론토 매씨 홀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하는데 디지 질레스피(tp), 찰스 밍거스(b), 버드 파웰(p), 맥스 로치(d)와 함께 하여 앨범 <Jazz at Massey Hall>이 발매됩니다.
1954년 세 살 난 딸이 병으로 죽으면서 버드의 상황은 악화되었고 두 번의 자살 시도까지 합니다.
1955년 3월 12일 폐렴과 출혈성 궤양으로 사망합니다.
버드의 짧은 생은 순탄하지 않았고 술, 마약, 여자 등으로 점철된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1945년 이후 명작들을 연이어 발표합니다.
아래 앨범은 1945년 6월 22일 역사적인 뉴욕 타운 홀 공연입니다.
버드와 디지 <Town Hall, NY, June 22, 1945>버드와 디지가 나란히 연주하고 있습니다.
디지 질레스피(Dizzy Gillespie)도 뛰어난 비밥 트럼피터입니다.
연주가 현란하고 어지러울 정도라 디지(Dizzy)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둘은 연주를 같이 많이 하였고 디지의 앨범에도 버드의 이름이 자주 나옵니다.
디지가 작곡한 Groovin' High, Salt Penauts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버드가 알토 색소폰을 연주합니다. 향후 비밥을 접하시다가 디지 질레스피의 연주가 나오면 찰리 파커가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1945년 버드의 앨범입니다.
1945년 앨범 <The Genius of Charlie Parker> 1945년 11월 26일 연주와 1947년, 1948년 연주곡 등을 싣고 있는데 모두 버드의 오리지널입니다.
다음 앨범을 보시죠.
1946년과 1949년 앨범 <Jazz at the Philhamonic> 두 앨범 모두 Jazz at the Philhamonic(JATP) 콘서트 실황입니다. 왼쪽은 1946년 공연으로 현란한 디지 질레스피(tp), 이지적인 레스터 영(ts), 호쾌한 콜맨 호킨스(ts)의 연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른쪽 1949년 공연에는 스윙 시대를 대표하는 로이 엘드리지(tp), 엘라 피츠제랄드(v), 레스터 영(ts) 등이 출연합니다. 이 JATP 콘서트는 공연 기획자이자 음반 제작자는 노만 그란츠이며, 그는 클레프(Clef), 노그란(Nogran), 버브(Verve), 파블로(Pablo) 등의 음반사를 설립하여 재즈 역사에 빛나는 수많은 작품을 제작한 인물입니다.
그란츠의 또 다른 1952년 기획 앨범입니다.
1952년 앨범 <Jam Session>과 참여 뮤지션들 여기에 참여한 뮤지션들입니다.
베니 카터(as), 바니 케셀(g), 플립 필립스(ts), 찰리 쉐이버(tp), 레이 브라운(b), 찰리 파커(as), 오스카 피터슨(p), JC 허드(d), 벤 웹스터(ts), 조니 호지스(as)
1952년 LA에서의 녹음으로 두 번의 세션을 담고 있습니다. 이 당시 버드는 LA 클럽에서 몇 주간 연주를 하고 있었으며 이 앨범의 출연진은 재즈 올스타 세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앨범입니다.
L: <Broadcast Performances, R: <The Original Recordings of Charlie Parker> 버드의 앨범은 다른 거장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편집, 기획 앨범이 많고 같은 음원을 여러 음반사가 제각기 발매하다 보니 많아 보일 뿐입니다. 왼쪽 앨범도 그 예의 하나인데 버드의 1948~1949년 연주를 모아 일본 ESP사에서 발매한 앨범입니다. 여기에는 마일즈 데이비스와 케니 도햄이 드럼펫을 연주합니다. 오른쪽 앨범은 버브에서 발매하였고 1947~1953년까지의 연주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곡 대부분은 버드의 작품이고 후배 뮤지션 마일즈 데이비스(tp)와 비밥을 함께 창조한 동료 설로니우스 몽크(p) 등이 출연합니다.
1953년 토론도 매씨 홀 실황 앨범입니다.
1953년 앨범 <Jazz at the Massey Hall> 버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라이브 앨범입니다. 그런데 이 앨범에는 찰리 파커라는 이름은 안 보이고 찰리 찬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음반은 찰스 밍거스가 녹음하여 데뷔 레코드가 배급을 하였는데, 소속사 버브와의 문제로 찰리 파커라는 이름을 못 쓰게 됩니다. 찬은 당시 사실혼 관계였던 와이프 찬 베르그의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앨범입니다.
찰리 파커의 <the cole porter songbook> 작곡가 콜 포터 작품만으로 구성한 버드의 사후 앨범입니다. 녹음은 1950~1954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콜 포터의 작품은 재즈 스탠더드로 많이 연주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영화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재즈 연주자들 특히 보컬리스트들이 어메리컨 송북이라는 앨범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곤 합니다.
송북(songbook, 노래집)은 재즈 스탠더드, 유명한 대중곡, 쇼에 등장하는 곡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연주자의 여느 작품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귀에 익은 곡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버드의 생애와 작품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처음 비밥을 접하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즈가 즐거운 음악 감상의 영역을 벗어나 어려운 음악으로 느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하여 못들은 음악을 해치울 요량이 아니라면 여유를 갖고 좀더 쉽고 편안한 재즈를 들으시면 됩니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버드의 연주를 듣다보면 귀가 반응을 합니다. 몸이 움직입니다. 잡음과 같은 삑삑대는 악기 소리가 내 마음을 후빕니다. 어느 순간에.
비밥이라는 혁신적인 재즈 스타일의 탄생.
비단 찰리 파커만의 창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몇몇 동료 뮤지션들의 연주를 통하여 만들어진 이 재즈 스타일에는 많은 재즈 아이콘들이 연관됩니다.
이들 중 비밥을 발판으로 새로운 재즈 장르를 선도하게 되는 거장이 등장합니다.
재즈계의 구도자라고 불리는 존 콜트레인입니다.
다음은 존 콜트레인입니다.
핫불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