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선언 이후 각종 행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악계도 마찬가지인데 클래식, 재즈, 록, 팝, 케이팝 등을 망라합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2023년 기준 세계 10위에 자리잡고 있으니까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공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국내 팬들의 수준과 호응도는 귀감이 될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이들의 공연이 논란이 되기도 하고 기대에 못미치는 공연으로 관중들을 실망시키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있는 아티스트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겠지만 온전한 감상과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동시에 만끽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2주 전 두 차례에 걸친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의 공연은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공연이었습니다. 객석은 반이상 비어 있었지만 트리오 결성 30주년에 빛나는 이들의 연주는 흔들림 없이 폴리시 재즈의 미학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로다운 공연. 여기 기대되는 또 하나의 재즈 공연이 11월 예정되어 있습니다. 관련 뮤지션들과 앨범을 통해 공연의 분위기를 가늠해봅니다.
Dave Grusin & Lee Ritenour
데이브 그루신(1934)은 작곡가, 프로듀서, 피아니스트이며 1978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즈 레이블 GRP(그루신-로젠 프로덕션)를 설립했습니다. 리 리트나워(1952)는 재즈 퓨전 또는 스무드 재즈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입니다. 국내에선 리 리트너, 리 릿나워 등으로 혼용하여 부릅니다. 데이브 그루슨도 데이브 그루신으로. 그루신이 프로듀서 래리 로젠과 신생 레이블 GRP를 만든 이후 참신하고 역량있는 뮤지션들을 섭외하는데, 1970년대 에픽 레코드에서 <Captain Fingers> 등 주요 작품을 발표하였고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에도 참여한 리트나워를 1980년대 중반 GRP에 영입합니다. 사실 리트나워는 22세인 1974년 세루지우 멘지스의 집에서 그루신을 처음 만나 잼 세션을 했고, 그루신의 동생인 돈 그루신(1941)과 브라질풍의 작품 작업을 했었습니다. 이즈음 리트나워가 브라질 싱어인 이반 기마르이스 린스(1945)의 보컬을 듣게 됩니다. 돈 그루신, 리 리트나워, 이반 린스, 데이브 그루신, ... 이런 순서로 연결이 되는 것이지요.
Harlequin(1985)
1985년 그루신과 리트나워가 콜라보하고 린스가 보컬 게스트로 참여한 앨범입니다. 앨범명과 커버의 할리퀸은 서양 광대입니다. 커버는 다리오 캄파닐레의 유화입니다. 총 9곡으로 구성된 데이브 그루신, 리 리트나워, 이반 린스의 연주와 노래. 돈 그루신은 드럼 프로그래밍에 참여했습니다. 첫 곡 "할리퀸"이 이 앨범의 대표곡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곡들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두 번째 곡 "Early A.M. Attitude(이른 아침의 자세)"는 그루신의 돋보이는 작곡으로 그래미 상을 받게 됩니다. 이 앨범은 빌보드 컨템포러리 재즈 차트 2위, 그래미 최우수 기악 편곡상 수상 및 3개 부문 후보에 빛나는 작품입니다.
Brazil(2024)
그루신, 리트나워, 린스가 39년 만에 다시 의기투합하여 2024년 6월 발표한 앨범입니다. 앨범 수록곡은 총 9곡으로 그레고아르 마레, 타티아나 파라, 치코 피녜이루, 셀소 폰세가 참여하였습니다. 마레는 스위스 출신의 중견 재즈 하모니카이스트이고 파라는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의 재즈 싱어로 이반 린스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였습니다. 기타리스트 피녜이루 역시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으로 자신의 콤보를 이끌고 있으며 폰세는 브라질 출신의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입니다. 앨범은 그루신과 리트나워의 피아노와 기타를 중심으로 포루투기의 속삭임, 기타, 하모니카가 얹어지면서 우아한 브라질 재즈를 들려줍니다. 앨범 제목 <브라질>은 브라질의 대표 곡들을 브라질 뮤지션들이 함께 하여 연출하는 그루신과 리트나워의 브라질풍의 재즈를 함의합니다. 참여 뮤지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L-R: 치코 피녜이루, 셀소 폰세, 이반 린스
L: 타티아나 파라, R: 그레고아르 마레
현재 그루신은 90세, 리트나워 72세, 린스 79세입니다. 11월 서울 공연은 위의 앨범을 홍보하는 투어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반 린스 포함 언급한 브라질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늦은 가을의 정취를 배가시킬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