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활동할 무렵 연하인 소니 롤린즈에게밀렸지만 시대를 앞서간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를 시작으로서서히 솔로 경력을 통해 자신만의 재즈를 구축한 프리, 아방가르드, 그리고 스피리추얼 재즈의 아이콘. 이사야 콜리어의 음악을 듣다보면 60여년 전 존 콜트레인이 떠오릅니다. 두 색소포니스트의 나이 차이는 70을 훌쩍 넘습니다. 재즈의 메시야라 불렸던 트레인과 성서의 선지자(이사야)처럼 재즈가 나아갈 길을 열어주는 이사야. 이 두 색소포니스트가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습니다.
21세기 현대 재즈가 어떤 모습인지 독자들의 생각이 다양하겠지만 뮤지션들이 시대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현실 참여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낯선 광경이 아닙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이전 재즈보다 더 복합적이며 실험적인 접근을 통해 강화됩니다.
이사야 콜리어. 시카고와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곡가 겸 사회운동가로 색포폰과 드럼을 연주합니다. 11세에 색소폰을 시작하였고 10대 후반 본격적인 프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작품에 있어 인종차별, 경제적 불평등, 극화된 정치, 팬데믹 등 전세계 특히 자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상기시키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콜리어는 2017년 더 초즌 퓨(선택된 소수)라는 쿼텟을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택된 소수는누구일까요? 2024년 기준 라인업입니다.
●이사야 콜리어 & 더 초즌 퓨● 이사야 콜리어: 색소폰, 퍼커션, 보컬 줄리안 데이비스 리드: 피아노 제레미아 헌트: 베이스 마이클 셰크워아가 오드: 드럼
이사야 콜리어 & 더 초즌 퓨
콜리어는 쿼텟, 트리오, 듀오 등의 편성에 게스트 뮤지션들을 초대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콜라보 작업도 병행합니다. 2018년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총 일곱 장의 앨범(미니 앨범 포함)을 발표하였습니다.
●콤보작 목록● 2018: Return of the Black Emperor (검은 황제의 귀환) 2021: Cosmic Transitions (우주의 변화) 2022: Lift Every Voice (모든 목소리를 들어 올려서) 2022: Beyond (저편) 2023: Parallel Universe (평행 우주) 2024: The Almighty (전능한 이) 2024: The World Is On Fire (불타는 세상)
이 중 마지막 최신작은 올해를 뒤흔든 전 세계의 혼란과 100% 싱크로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4: The World Is On Fire
10월 발표한 <불타는 세상(혼돈의 세계)>입니다. 전곡 콜리어 오리지널이며 쿼텟 포함 여러 게스트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곡마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총 열 곡의 러닝 타임은 76분입니다. LP는 400장 한정판이며 음원,CD 등으로 발매되었습니다. 곡의 제목과 흐름은 주제로 직진합니다. 프리 혹은 스피리추얼 재즈 스타일로 혼돈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곡 소개
(*논쟁이 된 사건의 기사 클립을 적용)
트랙 1: The Time Is Now (지금이 바로 그때)
인트로 곡은 기사 스크립트가 없으며 이후 곡들에서 묘사할 여러 혼란스런 사건들을 제시하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곡과 더불어 작품의 메시지를 감싸고 있습니다.
트랙 2: Trials and Tribulations* (재판과 고난)
2023년 4월 13일 미주리주 캔자스 시티에서 발생한 청소년 랄프 얄이 백인 노인에게 총격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리드의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 달리 콜리어의 색소폰은 격정적이며 적극적으로 당시의 인종차별적 상황을 풀어갑니다.
트랙 3: Amerikkka the Ugly* (추악한 미국)
미시시피주 하원의원 베니 톰슨의 연설에 플루트, 첼로, 피아노 플레이가 이어집니다.톰슨은 반란을 선동하고 민주주의를 무시한 트럼프를 비난하고 있으며 콜리어 쿼텟은 아프로 어메리칸의 노예수난사를 오버랩시킵니다.
트랙 4: Ahmaud Arbery* (아머드 알버리)
2020년 2월 23일 25세의 흑인 남성 아머드 알버리가 조깅을 하던 중 세 명의 백인 경찰에게 무참히 살해된 인조차별 증오 범죄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드럼 연주를 바탕으로 색소폰의 강렬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트랙 5: The Hate You Give Is The Love You Lose* (당신의 증오로 인류애는 사라지고)
리드의 피아노와 콜리어의 색소폰의 인터플레이가 뛰어납니다. 2024년 미국 대선 당시 연설(파멀라 해리스 목소리로 추정)을 삽입하여 미국의 시스템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트랙 6: Crash (충돌)
기사 클립이 없는 곡을 중앙에 배치하여 균형을 꾀하였고 인터미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하나로 묶여 있고 이런 글로벌 시스템 속에서 경제 붕괴가 가속화되는 현상을 충돌로 묘사합니다.
트랙 7: Our Truth Is Marching On (변함 없는 진실)
헌트의 베이스 워킹을 시작으로 리듬 섹션 트리오기 초반을 주도합니다.이전의 곡들(트랙 2~5)이 기사 클립을 십분 활용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메시지를 강화한다면 이 곡은 트리오 편성에 재즈 보컬을 통해 제목 "진실은 계속되고"를 표현합니다. 후반부는 콜리어의 색소폰 차지입니다.
트랙 8: Metamorphosis (The Effect of the Butterfly Remains Unknown) (변태: 나비가 된 결과는 알 수 없음)
고치에서 변태하여 나비가 된 결과는? 알 수 없음.불확정, 불확실 세계에 걸맞은 질문과 답을 타이틀로 한 이 곡은 윌커슨 주니어의 클라리넷 연주가 고치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을 연상케 합니다. 콜리어는 웨인 쇼터가 말년에 시도한 4중주곡에 영감을 받아 작곡하였습니다.
트랙 9: The World Is On Fire* (불타는 세상, 혼돈의 세계)
2020년 콜리어가 브루벡 재단(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루벡이 2000년 설립)에서 펠로우십을 받는 동안 작곡하였습니다. 당시 인류가 만든 재앙인 아마존의 산불이 "The World Is On Fire(불타는 세상)"입니다. 또한 5월 25일 미네소타주 경찰관이 비무장한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The World Is On Fire(혼돈의 세계)"입니다.
트랙 10: We Don’t Even Know Where We’re Heading (방향을 상실한 세상)
2024년 12월 3일 이후 한국이 경험하고 있는 초현실적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엔딩입니다. 모두가 맞이한 미래의 불확실성과 2024년의 혼란 속에서 앞으로의 희망은 있는지 콜리어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참여한 보컬리스트들과 더 초츤 퓨 그리고 게스트 뮤지션들의 통합된 앙상블로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도래와 불확실성에 따른 판정 불가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진 지금.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일상화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음악은 이러한 염량세태 속에서길을 모색합니다.모두가 더욱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을 바라는 콜리어의 음악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