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영 라디오(NPR, National Public Radio)가 시도한 프로젝트로 팬데믹을 통해 더욱 각광받게 된 NPR 뮤직. 이 프로젝트는 2007년 11월 시작되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s, 작은 책상 앞 공연)라는 라이브 프로그램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참여 뮤지션들은 작은 책상들을 붙여 확보한 공간 안에 설치된 샷건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공연은 대략 20분 내외로 짧으며 마이크 등 장치는 후보정을 용납하지 않으며 실수 유무와 상관없이 공연은 원 테이크로 진행됩니다. 2024년 현재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연주와 노래는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의 묘미를 증폭시킵니다.
빌리 아일리시의 타이니 데스크 라이브, 2024년 12월
또한 장르를 대표하는 전설들이 데스크 앞에 서게 되면 이들의 리즈 시절과 가쁜 호흡에 딸리는 성량의 현재 모습이 오버랩되곤 합니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뮤지션들의 자연스런 변화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끔 합니다.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플랫폼은 2023년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런칭되었고 일본에서는 2024년 3월 타이니 데스크 재팬이 개시되었습니다. 국내의 경우 유사한 음악 프로그램이 다수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리무진서비스, 딩고, 잇츠라이브 등입니다. 또한 유명 아티스트가 호스트로 운영하는 유튜브 음악 채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타이니 데스크(코리아)와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이는 없을까요? 여기서 후보정, MR(Music Recorded, 반주만 녹음), AR(All Recorded, 노래와 반주 녹음) 등의 용어가 튀어 나옵니다. AR은 자칫하면 립싱크냐 아니냐 하는 논쟁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케이팝의 경우 이런 논란이 종종 등장합니다. 또한 그룹 간 또는 멤버 간의 보컬 능력이 어느 정도이냐를 두고 후보정을 했냐 AR을 틀고 노래했냐 등 말이 많기도 합니다. 이런 논란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엔믹스의 타이니 데스크 코리아 라이브, 2024년 9월
립싱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그룹이 있습니다. 1990년 전후하여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끈 독일 R&B 듀오 밀리 바닐리(Milli Vanilli). 이들이 1989년 7월 21일 MTV가 개최한 미국 공연에서 대표곡 "Girl You Know It's True"를 부르게 됩니다. 녹음된 목소리와 연주를 컴퓨터에 미리 저장하여 공연에 맞춰 틀었는데 곡 중간 한 소절이 랙에 걸리고 다시 반복되면서 립싱크의 전말이 드러나게 됩니다.
다시 돌아가서 케이팝 그룹은 단지 노래만을 잘 불러 강력한 팬덤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혹독한 훈련과 팀워크를 통해 케이팝이라는 문화에 맞는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됩니다. 노래나 랩은 물론 춤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공연 내내 흔들림 없는 목소리를 요구합니다. 여기서 그룹 또는 멤버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십대 중후반 또는 이십대 초반의 아티스트들이 감당하기엔 현실이 녹녹하지 않습니다. 케이팝의 정상에 있는 이들조차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그대로 노출되는 라이브, 예컨대 타이니 데스크를 통해 공연을 펼치는 이들은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한편 듣기 부족함이 있는 것 또한 애교일 따름입니다. 감상자가 명심할 것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한정된 디지털 음원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직관하여 아티스트의 음악을 온전히 느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연장의 분위기, 공연자와 내가 만드는 라포, 관람객과 함께 하는 일종의 연대 의식 등이 재생불가의 유일무이한 라이브 공연을 만들어 냅니다.
임윤찬의 타이니 데스크 라이브, 2024년 11월
올해가 열흘 남짓 남았습니다. 일상과 함께 했던 나만의 어썸 뮤직을 다시 찾아보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마무리 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