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아웃 포 호프
팻 메시니와 비교가 되곤 하는 기타 비르투오소 빌 프리셀이 제21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합니다. 프리셀은 현재 미국, 오세아시아, 유럽 순으로 월드 투어 중이며 10월 16~17일 블루노트 도쿄를 거쳐 19일 19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마지막 무대에 설 예정입니다. 그가 한국에 2003년 10월 방문하였으니 22년 만의 내한 공연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팻 메시니와 빌 프리셀은 ECM 소속 아티스트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1980~90년대 ECM 재즈를 줄곧 들었는데 당시 라이선스 LP가 한정되다보니 종로, 신촌, 대학로 등의 음반가게를 돌며 수입 CD를 사곤 하였습니다. 그때 산 프리셀의 첫 음반이 3집 <Lookout for Hope (희망 바라보기)> 입니다. 메시니는 1954년 생으로 1976년 데뷔 앨범을 ECM에서 발표합니다. 앨범 <Bright Size Life (환한 크기의 삶)>는 재즈 퓨전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현재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1951년 생인 프리셀은 1983년 ECM에서 데뷔 앨범 <In Line (줄을 서서)>을 발표하며 재즈계에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80년대 ECM에서 세 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메시니와 프리셀 모두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였지만 메시니가 선배입니다. 10대 때 두각을 나타낸 메시니는 비브라포니스트인 게리 버튼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다가 데뷔 앨범을 발표하였고, 프리셀은 드러머 폴 모티앙의 앨범 작업에 참여한 뒤 데뷔 앨범을 발표합니다. 둘의 초기 활동을 억지로 비유하자면 1950년대 소니 롤린즈와 존 콜트레인의 상황과 유사합니다. 1930년 생인 롤린즈는 1953년 데뷔 앨범을 발표한 뒤 밥을 대표하는 명작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1950년대를 이끄는 색소포니스트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반면 1926년 생의 콜트레인은 1957년 데뷔 앨범을 발표하였고 그의 작품과 명성은 1960년대를 기약하게 됩니다.
음악 스타일에 있어 메시니는 팻 메시니 그룹(PMG)으로 대표되는 재즈 퓨전 그리고 라틴 재즈를 꼽을 수 있고 어메리카나도 그와 뗄 수 없는 장르입니다. 프리셀은 어메리카나와 포크 재즈에 있어 메시니와 교집합이 있지만 더 강화된 연주와 유니크한 스타일을 보입니다. 또한 존 존과의 협업 등으로 아방가르드적인 연주도 들을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재즈는 100년 이상이 흐르면서 약 10년 주기로 장르가 분화되고 스타일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전통 재즈, 스윙, 보컬 재즈, 비밥, 하드밥, 라틴 재즈, 쿨 재즈, 서드스트림, 보사노바, 포스트밥, 프리재즈, 아방가르드, 재즈 퓨전, 스무드 재즈, 프로그레시브 재즈 등 수많은 하위 장르를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 현대 재즈는 장르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고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트렌드를 보입니다. 바야흐로 재즈의 장르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고 단지 '재즈'라고 부르는게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메시니는 나이가 들면서 어쿠스틱 중심의 소품과 프로젝트 그룹을 통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1970~80년대 메시니가 일으킨 돌풍은 1990년대 국내 재즈 붐에 큰 기여를 하였고 지금까지도 사자 머리와 죄수복 티셔츠에 청바지 복장은 이 미주리 출신 음악가의 트레이드 마크로 남아 있습니다. 메시니의 연주는 특히 PMG의 경우 콘서트 분위기가 중심을 이룬다면 프리셀은 콤보 재즈 중심의 챔버 혹은 실내악적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러한 연주 환경과 프리셀의 특징적인 기타 연주는 대부분 작품에서 깊이와 여운을 느끼게 하고 고정된 스타일의 무제한적 확장성을 띱니다. 그리하여 프리셀의 작품은 시대순으로 레이블 별로 들으면서 되새김하게 됩니다.
프리셀이 1983년 발표한 3집 <Lookout for Hope(희망 바라보기)>는 1990년대 초 박봉을 쪼개 구매한 그의 첫 CD입니다. 당시 종로에는 신나라 레코드를 필두로 몇몇 대형 매장이 있었는데 지금의 종각 젊음의 거리 어딘가에 ECM 음반을 많이 보유한 가게가 있었습니다. 그 매장에는 ECM 음반을 홍보하는 직원이 있었는데 그는 빌 프리셀 3집을 추천하며 수록곡 "Lonesome"을 들려 주었습니다. 그렇게 구매한 CD는 여전히 음반장 어디엔가에서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총 10곡 중 한 곡은 설로니우스 몽크의 곡이고 나머지는 모두 프리셀 오리지널입니다. 쿼텟으로
프리셀은 기타(어쿠스틱, 일렉트릭)와 반조를 행크 로버츠는 첼로와 보이스를 담당합니다. 두 연주자의 악기만 보더라도 음악은 일반적인 재즈와 결을 달리합니다. 이게 프리셀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차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리듬 섹션은 커미트 드리스콜의 베이스 그리고 조이 배론의 드럼입니다. 이 앨범을 계기로 드리스콜과 배론은 이후 프리셀의 음반에 자주 참여하며 프리셀 사운드에 기여합니다.
프리셀은 이 앨범을 발표 후 논서치로 이적하여 1989년 4집을 발표하였고 1990~2000년대에 걸쳐 논서치 명작들을 꾸준히 발표하였습니다. 언급하였듯이 프리셀의 이전 내한 공연이 2003년 10월이었으니 그 당시 프리셀은 논서치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였던 셈입니다. 논서치 작품들 중 추천을 한다면 <Good Dog, Happy Man>, <Ghost Town>이 있습니다. 두 앨범은 개인적으로 즐거운 추억이 있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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