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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프리셀 (4)

블루노트 작품

by 핫불도그

빌 프리셀의 인생과 작품

빌 프리셀은 1983년 ECM에서 데뷔 앨범을 발표하면서 ECM 소속 기타리스트로 자리매김 합니다. 이후 논서치로 이적하여 1989년 첫 앨범을 발표하였고 약 20년간 주요 작품들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기간은 아티스트의 예술이 정점에 이르는 40~50대 시절입니다. 2010년대에는 사보이와 오케 레코드에서 각각 4장의 앨범을 선뵈었습니다. 예술의 깊이가 더하고 인생을 관조하는 60대 시절입니다. 이후 2019년 블루노트에서 첫 앨범을 시작으로 총 4장의 앨범을 발표하였습니다. 프리셀은 어느덧 70대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작품과 인생 모두 달관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리셀이 블루노트와 인연을 맺은 시점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블루스와 록 기반 기타리스트인 비르투오소 존 스코필드의 1992년 앨범 <Grace Under Pressure>를 시작으로 1999년 클라리네티스트 돈 바이런의 <Romance with the Unseen>과 베이시스트 론 카터 <Orfeu>의 작품에 참여하였고, 블루노트 및 재즈 역사에 빛나는 노라 존스의 2002년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와 2016년 찰스 로이드 앤 더 마벨스의 <I Long to See You> 등에 이르기까지 프리셀의 기타는 리더들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였습니다. 이들 앨범 또한 프리셀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프리셀의 블루노트 리더작 네 편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9: Harmony, 쿼텟(기타, 기타, 보컬, 첼로)

2020: Valentine, 트리오(기타, 베이스, 드럼)

2022: Four, 쿼텟(기타, 색소폰/클라리넷, 피아노, 드럼)

2024: Orchestras, 트리오(기타, 베이스, 드럼)


트리오와 쿼텟의 콤보 재즈입니다. 프리셀 트리오의 전형은 멜로디와 리듬을 맡는 피아노가 배제되고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한편 쿼텟은 일반적인 구성(트럼펫과 리듬섹션, 색소폰과 리듬섹션 등)과 차이를 보입니다. 프리셀의 연주에서는 흔한 일이며 악기의 독특한 조합은 프리셀 사운드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2019: Harmony, 쿼텟(기타, 기타, 보컬, 첼로)

2020: Valentine, 트리오(기타, 베이스, 드럼)

블루노트를 하드밥의 보물창고라고 말합니다. 1940년대 중후반 비밥의 탄생은 재즈 연주를 지휘자에서 독주자 중심으로 이동시켰고, 댄스 플로어에서 춤 추는 장면은 담배 연기 자욱한 재즈 클럽의 모습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음반사가 블루노트입니다. 블루노트는 비밥을 창조한 뮤지션들의 연주를 녹음하였고, 동시대 뮤지션들은 비밥을 수용하면서 리듬과 비트, 소울적인 스타일과 펑키한 사운드 등을 시도하는데 이를 하드밥이라고 부릅니다. 블루노트는 비밥과 하드밥의 주류 뮤지션들과 계약하며 명연을 이끌어내었고 1950년대를 이끄는 재즈 음반사로 위치를 공공히 합니다.


빌 프리셀의 블루노트 데뷔 앨범 <하모니>는 블루노트의 중심에 있는 앨범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혁신적인 풀뿌리 음악을 지향하는 FreshGrass 재단의 지원으로 제작된 앨범은 포크 재즈를 지향합니다. 프리셀의 오리지널이 과반이지만 컨츄리, 포크, 스탠더드 곡들을 적절히 커버하며 기타보다는 세 명의 보컬에 집중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앨범을 포크 음악 특히 블루그래스라고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앨범명 '하모니'가 제시하듯 네 명의 연주와 하모니는 인상적입니다.


앨범 커버 사진에는 왼쪽부터 루크 버그만(베이스, 보컬), 빌 프리셀(기타), 행크 로버츠(첼로, 보컬), 그리고 페트라 헤이든(보컬)이 보입니다. 로버츠는 프리셀의 1988년 3집 <Lookout for Hope>에 참여하면서 돈독한 음악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렉트릭 첼리스트라는 포지션이 재즈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프리셀의 음악 세계에서는 낯설지 않습니다. 반가운 곡 중 하나는 3집 <Lookout for Hope>에 수록된 "Lonesome"으로 30년의 시차만큼이나 숙성되었습니다. 베이시스트 거장인 찰리 헤이든의 딸 페트라의 보컬은 인상적이며 이 앨범의 중심에 있습니다. 프리셀이 자신의 음악을 재해석하고 커버곡들을 내재화하는 과정은 창조적인 아웃풋에 도달하였습니다.


블루노트 2집 <발렌타인>은 토마스 모건(베이스)과 루디 로이스톤(드럼)의 리듬 섹션이 참여한 트리오입니다. 전작이 포크, 컨츄리 등을 보컬과 잘 포장했다면 본작은 블루스와 포크를 적절히 안배하며 재즈 본연의 연주에 접근합니다. 모건과 로이스톤은 프리셀의 2016년 앨범 <When You Wish Upon a Star>에서 리듬 섹션을 담당하였습니다. 이후 모건은 기타-베이스 듀오에 있어 프리셀의 파트너로 꾸준히 참여합니다. 로이스톤은 주로 세션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2: Four, 쿼텟(기타, 색소폰/클라리넷, 피아노, 드럼)

2024: Orchestras, 트리오(기타, 베이스, 드럼) 라이브

블루노트 3집 <Four>는 네 명이 연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의 라인업과 다른 멤버들로 구상하여 음악적인 변화를 시도합니다. 프리셀 스타일에서 재즈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진 모습이랄까요? 색소폰과 클라리넷의 그레고리 타디(앨범: 상단 우측)는 프리셀의 2008년 앨범 <History, Mystery>에 참여한 이후 14년 만에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총 13곡 모두 프리셀의 오리지널로 이전 앨범의 수록곡들과 신곡들로 구성됩니다. 클라리넷(#1,2,8,9,11,13)과 색소폰(#3,4,5,6,7,12)이 균분하여 연주하는데 두 악기의 다른 음색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피아노의 제랄드 클레이톤(앨범: 하단 좌측)과 드럼의 조나단 블레이크(앨범: 하단 우측)의 리듬 섹션이 튼튼하게 받쳐주면서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애청하는 앨범 <Good Dog, Happy Man>에서 "The Pioneers", "Monroe", "Good Dog, Happy Man" 등 세 곡을 수록하였고 새로운 해석은 청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빌 프리셀의 "Orchestras" (출처: https://www.bluenote.com/)

블루노트 4집 <Orchestras>는 2집 <Valentine>의 트리오 라인업과 두 오케스트라(벨기에 브뤼셀 필하모닉스, 이탈리아 움브리아 재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작품입니다. 프리셀이 40년간 발표한 주요 작품들 중 9곡을 브뤼셀 필하모닉스와 7곡을 움브리아 재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각각 CD1, 2에 수록하였습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만남은 끊임없이 시도되었는데 특히 재즈와 클래식의 융합을 서드스트림 혹은 오케스트랄 재즈라고 부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앨범이 마일즈 데이비스의 1960년작 <Sketches of Spai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현대 재즈의 특징 중 하나가 이웃 장르와의 연대를 통한 스케일의 확장입니다. 이 앨범은 서드스트림을 넘어 현대 재즈가 지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네 편에 걸쳐 빌 프리셀 작품을 알아보았습니다. 모처럼 맞이하는 긴 연휴, 프리셀의 재즈 기타와 함께 천고마비의 계절을 만끽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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