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휠체어를 타는 사람 2>
형이 정상적이지 않고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몇 가지 증후가 심각하게 계속되면서였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하거나 병원에서 도청주사를 맞았다고도 했고 누군가 계속해서 도청을 한다고 하다가 음식에 독약을 탔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심해졌다. 그동안 예민한 상태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대화가 안 되고 폭발적으로 화를 내거나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용돈으로 준 돈이 위조지폐라고 우기기도 했다.
형은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세대주가 되었다. 형은 세대주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다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만 하려고 했다. 마치 폭군처럼 행동했고 그 행태를 저지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어머님도 포기한 듯하셨고 형이 말썽을 피울 때마다 얼굴에 근심이 쌓여만 가셨다. 동생인 내게도 예외는 없었다. 사소한 장난에도 주먹이 날아왔고 형제간에 다툼은 연일 끊임이 없었다. 나는 형이 미친것 같다고 했고 미쳤다는 말에 형은 발끈하여 또 주먹이 날아왔다.
성인이 된 후에도 형의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동생이 군대에 다녀오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음에도 직장에 돈을 달라고 매일 찾아오거나 함부로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형은 몸 여기저기에 이상이 있어 일을 못하겠다고 했다.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며 정신과에 가보라고 해도 자신이 미치지 않았는데 왜 정신과에 가라고 하냐며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그런 형을 왜 귀에서 욕하는 소리와 이상한 소리가 나는지 정신과에라도 가서 알아보자며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듯 정성을 쏟아 병원에 동행하여 진료도 같이 받았다.
지금도 형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정신과에서 진료를 잘 받으며 선생님과의 대화도 원활하게 하는 편이다. 그것은 동생과의 동행이 있을 때 가능하다. 형은 혼자 진료를 받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며칠 전 진료에도 선생님과 진료를 잘 받고 나와서 차량으로 돌아오는 길에 형이 한마디 한다. 선생님이 왜 자신한테 손가락질을 하느냐는 것이다. 진료시간에 전혀 이상이 없던 상황이었던 터라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내 선생님의 손동작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키보드를 치시던 선생님의 손동작은 키보드를 치지 않으실 때는 손가락을 편상태가 되었다. 말씀을 하실 때 손을 아래위로 움직이셨지 삿대질은 하지 않으셨다. 형의 귀에서 들리는 소리는 형을 무시하며 삿대질을 했다고 했었을 수도 있다. 형은 그런 자신의 생각과 환청을 구분하지 못하는 듯싶기도 했다. 같이 진료를 받던 나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들리고 느끼는 것이 정신병일 수 있다고 했다.
형과의 대화에서 나는 목소리 톤을 높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 대화를 하는 편이다.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 형도 쉽게 흥분하여 대화가 되질 않는다. 형이 소위 말도 안 되는 말을 해도 강하게 부정하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정하게 물어보는 편이다. 무엇보다 형의 입장에서 들어주는 편이기도 하지만 형의 상태가 어떻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편이다.
형은 자신이 정신병이라는 말에 "내가 정신병이라고! 세상이 다 미친 거지 내가 미친 게 아니야!" 하며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화를 내는 편이었다. 오랜시간 형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고 다정하게 대화하면서 형은 정신병이라는 말을 어느 순간부터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런 상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면 알겠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형은 그렇게 행동하거나 생활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형에게 몸이 처지고 힘이 없다고 일과시간에 누워서 휴식하기보다는 산책을 하고 마트에 다녀오고 청소를 하고 TV뉴스를 시청하며 부지런하게 생활할 것을 권한다. 형은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내일도 같은 말을 재미있게 반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