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지속되던 매서운 추위가 일요일이자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을 계기로 조금은 누그러진 느낌이 들었다. 며칠 전부터 인천에 있는 형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뭐 할 거냐고 물어왔었다. 우리 부부는 형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던 터였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인천으로 출발준비를 하고 있을 때쯤 한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 내용은 싱크대배수통을 ‘스텐으로 교체하고 싶다’는 내용이었고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왔다.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배수통을 꼭 집어 스텐으로 교환하고 싶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보통은 경제적인 일반배수통으로 교환을 원하는데 말이다. 스테인리스로 된 배수통들은 종류와 가격대도 다양해서 어떤 종류를 원하는지 물었다. 답장은 싱크대 배수라인에서 물이 새고 있어 빠르게 교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의뢰인이 보내온 누수가 되고 있는 부위
메시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전화로 전환했다. 싱크대 배수라인에서 물이 새는 이유는 낡아서이기도 하고 배수라인이 막히거나 아래의 하수구가 막혀서 일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막혔다면 물이 원활히 배수가 안 되어 역으로 차오른다. 싱크대에서 물이 빠지지 않게 되어 설거지를 할 수가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역류되어 배수관 곳곳에서 누수가 생기고 심하면 아랫집 천장으로 흘러 피해가 생길 수 있다. 피해보상으로 큰돈이 들어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연휴 중 스테인리스배수통을 구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교환은 나중의 문제였다.
전화음성은 지금 바로 방문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 왔다. 의뢰인 자신은 잠깐 외출해야 해서 남편이 안내해 줄 거라고 한다.
아내와 인천으로 출발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의뢰인의 집으로 향해야 했다. 의뢰인의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쯤 도로엔 차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늘은 주일이자 크리스마스이브여서인지 의뢰인의 집 근처에 교회가 있던 터라 더욱 차가 밀리는 듯했다. 의뢰인도 혹시 주일을 맞아 교회에...
의뢰인의 싱크대 안에는 설거지를 못한 그릇들로 가득했다. 물이 빠지지 않으니 설거지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싱크대배관과 하수구배관의 연결캡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묵직한 무게감이 들면서 열렸을 땐 누런 기름덩어리들이 사이사이를 틈새 없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부위가 다른 곳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전체를 큰 비닐 팩으로 감쌌다. 이 정도면 하수구까지 막혀 물을 사용하면 막힌 부위부터 차올라 역으로 역류하게 된다. 이번엔 하수구에 관통기를 넣어 하수구가 어느 정도로 막혀있는지 체크해 보았다. 관통기 줄이 어느 정도 들어갔을 때쯤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걸렸다. 하수구가 꽉 막힌 것이다.
하수구를 가득매운 기름덩어리/관통기를 하수구에 삽입해 막힌 곳을 뚫고 있음.
전동관통기를 작동함과 동시에 밀고 당김을 반복해 주었다. 뚫겠다고 강하게 앞으로만 밀지 않는다. 경험치에 따르면 이렇게 하는 것이 하수관에도 무리가 안 가고 막힌 이물질도 효율적으로 뚫어낼 수 있었다. 반복하다 보니 막힌 곳이 뚫리며 관통기가 점차적으로 안쪽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미묘한 손 끝의 감각이 중요하다. 관통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물을 유입시켜 배수가 원활히 진행되는지 체크해 보았다. 물이 배출되는 소리가 시원하게 나질 않아 2차 관통작업을 해주었다. 좀 더 깊숙이 관통기 줄을 넣어 밀고 당기고를 반복하여 하수관 벽에 붙은 이물질까지 말끔하게 제거해 준다. 물을 유입시켰더니 이번에는 시원하게 배출되는 소리가 들린다.
문제는 싱크배수관과 하수구를 연결시켜 주는 역류방지캡에 쌓여있는 기름덩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나무젓가락이나 긁을만한 도구로 잘 긁어내고 깨끗하게 닦아주면 마무리된다. 긁어낸 기름덩어리들은 비닐 팩에 잘 담고 밀봉하여 처리해 주었다.
배수구를 결합하고 싱크대의 물을 틀어 누수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싱크대의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니 가슴도 시원하게 뚫려 내려가는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해진다. 싱크대의 수도를 틀어 누수가 없는지 확인하던 중 싱크대배관을 유심히 살펴보던 아내가 물이 두 곳에서나 떨어지고 있다고 신호를 보냈다! 이 부위에서 물이 떨어질 리가 없는데 말이다. 시간은 자꾸 길어지고 인천에서 기다릴 형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름찌꺼기를 제거한 모습/누수가 되고 있는 배관
물이 떨어지는 오버플로우의 연결부위와 매인 배관의 연결부위를 조심스럽게 풀어보았다. 그 안의 밀봉고무패킹이 이상할 정도로 뒤틀려져 있었다. 의뢰인의 남편에게 수리시간이 자꾸 길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 위해 불렀다. 설명을 듣던 그는 아마도 자신이 싱크대배관을 풀어보았던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한다. 그랬다. 그는 싱크대의 물이 원활하게 빼지지 않으니 조치하기 위해 배수라인을 전부 풀어보았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세면대에서도 물이 원활하게 내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배수트랩을 살펴보니 자동 물마개(팝업)와 배수관(트랩)의 조립순서가 역으로 되어 있었다. 이것 또한 부품을 구입해서 셀프로 수리해 보았다고 한다. 남편 분은 이 집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때부터 싱크대 배수도, 세면대 배수도 잘 안되었다고 덧붙였다.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그 댁을 나오며 의뢰한 아내 분에게 조치한 내용을 메시지로 남겼다.
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
'연휴에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편안하게 연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연휴에 싱크대가 막혀 맛난 음식을 조리 못하고 설거지도 할 수 없다면 그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리하게 사용하다 아래층으로 물이 흐르는 누수가 생겼다면 그 피해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우리는 오후 3시가 넘어 인천에 도착했다. 아내와 형과 함께 어느 한적한 식당에 들러 얼큰하고 따뜻한 국물이 있는 식사를 주문했다. 따뜻한 국물에 허기지고 얼었던 몸이 풀리며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 식당은 인천에서 가장 맛난, 최고 중에 최고의 음식점이 되었다.
하수구를 뚫고 배관의 누수를 모두 조치한 모습
싱크대 하수구 막힘 방지하기.
1. 조리하고 남은 폐식용유는 하수구에 그대로 버리지 않는다.
수질 오염뿐 아니라 하수구 안에서 굳어 막힘의 원인이 된다.
2. 폐식용유는 찌꺼기 없이 걸러 단지 내 폐식용유 수거 통에 담아 처리한다.
3. 고기를 굽고 난 후 그릇에 남은 기름은 키친타월이나 신문지, 휴지 등에 흡수시켜 쓰레기봉투에 처리한다. 하수구에 버리면 안에서 굳어 막힘의 원인이 된다.
4. 기타 기름이 많은 음식을 조리하고 설거지를 하기 전에 4. 번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