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를 하다 보면 여러 다양한 집을 방문하게 된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집의 불편한 부분을 이야기 듣는다. 최대한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치해 드리려고 노력한다. 때론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해 드리기도 한다.
집은 거주하고 있는 사람을 닮아있는 듯하다. 집안분위기, 가구의 위치, 인테리어 색상, 간결하고 깔끔함, 복잡하고 아기자기함, 등등 사람의 성향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하여 참 놀랍다는 생각도 든다.
현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막 이사를 했는지 짐정리가 한창이었다. 의뢰인은 세탁실 수도에서 누수가 된다며 교체를 원하셨다. 전에 거주하시던 분이 알뜰살뜰 관리하셨는지 집안 이곳저곳이 노후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탁실 수도꼭지도 오래되어 누수가 되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갈기 위해서는 집안 전체 수도를 잠가야 한다. 때론 아파트 동 전체라인을 잠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도함에서 수도를 잠그고 세탁실벽에 고정되어 있는 수도꼭지를 풀어내었다. 오래된 수도꼭지는 고착되어 벽에 들어있는 배관에 영향이 없도록 조심해서 풀어내어야 한다. 무리하게 풀다가 벽 안쪽 배관에 손상이 생겨 누수라도 생긴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진다.
의뢰인은 짐 정리를 하다 내게 와서 수도꼭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다. 집주인이 절감하기 위해서 적당히 알아서 갈고 살기를 원한다며 이사한 지 이틀 되었다고 한다. 교체를 원하는 수도꼭지는 냉수 쪽이었는데 지금 보니 온수 쪽도 노후되었다며 자비로 교체하다 보니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의뢰인은 젊은 남성분으로 키가 크고 인물이 좋아 보였다. 낯빛은 창백하다기보다 기력이 없이 누렇게 들떠 보였다. 짐은 단출하여 나는 이 부분을 물었고 의뢰인은 결혼은 아직 이라며 혼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의뢰인은 연애관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명상으로 재미있게 담소가 시작되었다.
의뢰인은 이런저런 굴곡졌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수도꼭지의 나사산에 테프론테이프를 감고 얼마나 감았는지 까먹기도 하였다. 수도꼭지를 체결하고 열었을 때 수도꼭지 손잡이가 벽에 걸려 돌아가질 않았다. 원인은 벽에 들어있는 수도배관이 위쪽으로 각도가 들려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가게 공사되어 있었다. 기존수도꼭지는 손잡이가 작아서 돌아갈 수 있었다.
의뢰인은 얼마 전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심해 건강이 나빠졌다고 했다.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이곳저곳의 병원을 떠돌다 30대 중반에 파킨슨이라는 병명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왼쪽 손을 들어 보이며 파르르 떨리는 손을 보여줬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건강으로 향했다. 건강을 지키는 것. 건강은 건강할 때 관리해야 하고 스트레스는 잘 풀고 잘 내려놓아야 한다는 등 이야기를 하다 일이 진행되질 않았다.
수도꼭지의 손잡이가 벽에 걸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에 있는 서비스닛블이라는 연장부품을 가져와야 했다. 연장부품을 연결하니 원활하게 작동되기 시작했고 세탁기호스를 연결할 수 있었다. 이번엔 세면대 물마개와 배수관을 교체하였다. 배수관이 오래되어 풀리지 않아 그라인더로 절단해서 풀어내었다. 작업하는 동안 의뢰인은 집안 이것 저곳을 청소하고 정리했다.
작업을 마치고 결재를 하려고 의뢰인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스마트폰의 숫자를 누르는 동안 그의 손이 심하게 요동치듯 떨리고 있었다. 파킨슨의 전형적인 증상인 듯 보였다.
일이 끝나 문을 나서면 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소화는 잘 되느냐고 물었다. 의뢰인은 위가 좋지 않아 계속해서 불편하다고 했다. 자동차도 엔진에서 연소가 잘되어야 때가 끼지 않고 힘 있게 나가듯 사람은 오장육부가 튼튼해야 몸이 건강해진다고 했다. 복부를 눌러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의뢰인이 편안하게 누웠고 복부를 눌러보았다. 의뢰인은 복부에 손이 닿을 때마다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심하게 굳은 복부를 눌러주면서 편안하게 이완하고 자기 호흡을 자연스럽게 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복부의 체증이 풀리며 의뢰인의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의뢰인은 속이 편안해졌다며 고맙다고 한다. 속이 불편하면 지금처럼 편안하게 누워서 이완하고 편안하게 본인호흡을 하는 것을 해보라고 권했다. 자기 몸이 스스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해보면 체증도 쉽게 풀린다고 알려주었다. 의뢰인은 많이 편안해졌다며 이런 걸 받으려면 어디를 가면 되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그 집을 나서며 다시 체증이 심해서 풀리지 않거든 연락해 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