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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공업자 Feb 06. 2024

작은 물 한 방울의 위력

<집수리 마음수리>

흐린 날이 반복되다 모처럼 햇살이 좋은 오후, 한통의 전화가 왔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물이 새고 있는데 어디서 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지난달 수도 요금도 많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수돗물이 샌다는 건 자칫 크게 일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방문드리겠다고 했다.

방문한 곳은 학생들의 피아노 연습소리가 흥겹게 들리는 아담한 피아노 학원이었다. 원장님은 물이 새고 있다는 화장실로 나를 안내했다. 화장실 바닥은 물이 촉촉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항상 젖어있는 듯 보였다. 원장님은 물이 샌다는 세면대를 가리키며 언제부터인가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데 어디서 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하신다.


물이 샐만한 곳을 마른 화장지로 닦아보았다. 연결호스 아래부터 물기가 축축이 배어 나왔다. 연결호스의 연결부위를 마른 화장지로 닦아내고 집중해서 살펴보니 수돗물이 금세 배어 나온다. 누수되는 곳을 찾아낸 것이다. 수도를 잠그고 해당 고압호스를 풀어내고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 넣었다. 고무패킹이 있는 연결 부위들은 너무 강하게 조이면 고무패킹이 찢어져 누수가 되거나 너무 약하게 조이면 틈사이로 누수가 생긴다. 적당히 조여야 고무로 된 패킹이 제대로 밀폐가 되어 물이 새지 않는다.


드디어 떨어지던 물방울이 멈췄다. 물방울이 떨어지던 아래쪽을 살펴보니 바닥이며 벽이며 축축한 물기가 스며있었다. 겨울이라 온도차가 크다 보니 습한 기운이 많아 여기저기 까뭇까뭇 곰팡이가 피기까지 했다. 화장실을 드나드는 발자국은 축축한 물기와 곰팡이들을 찍어다 실내로 옮긴다. 화장실 입구는 검은 자국이 진했고 실내로 들어갈수록 점점 옅어졌다. 원장님 말로는 청소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셨다.

이 모든 영향이 작은 물 한 방울에서 시작된 것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물 한 방울이 멈추니 바닥이 금 새 마르기 시작했다. 앞으론 화장실 입구의 검은 때 자국도 점점 없어질 것이고 화장실 안의 검은곰팡이와 축축한 물기도 없어질 것이다.


어느 지인은 항상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한다. 같이 식사를 할 기회가 있어서 같이 음식을 먹다가 그분의 식사 습관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냥 급히 먹는다. 말을 건네어도 대답만 할 뿐 음식을 입안에 담고 넘기기를 반복한다. 식사 후 또 소화가 안 된다고 하며 소화제를 찾는다. 이분에게 오래전부터 식사를 천천히 해보라고 권했다. 그럴 때마다 귀찮다며 짜증을 내기 일쑤다.


어느 지인은 차량의 연비가 안 좋다고 한다. 연료 소모가 많다며 차량이 안 좋다고 한다. 그분의 운전 실력은 상당했다. 급출발과 급정거를 반복해서 멀미가 날 정도가 된다. 부드럽게 가고 부드럽게 서기를 당부해도 습관을 고치기 힘들다고 한다. 또 연비가 안 좋다며 차량 탓을 한다.


명상을 지도하던 어느 날 아랫배 호흡이 대장 건강에 좋다며 배우겠다고 찾아온 회원이 있었다. 대장이 안 좋아 혈변을 본다고 했다. 오랜 기간 돌덩이 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복부를 눌러 풀어주고 호흡지도를 열심히 했었다. 몇 개월 후 대장이 많이 건강해졌다며 혈변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흡족했었다. 어느 주말을 보내고 심각한 얼굴이 되어 나타났다. 다시 혈변을 본다고 한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물어보니 그동안 장이 좋지 않아 먹지 못했던 기름에 튀긴 통닭을 마음껏 먹어봤다고 한다. 그걸 참지 드셨냐고 했더니 내 탓을 한다. 사생활을 참견하지 말라고 한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말이 있다. 반복된 작은 습관이 세월 속에서 해가 될지 득이 될지는 자신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잘 보인다고 한다.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작은 습관을 들이거나 고쳐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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