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드레맘 Mar 05. 2024

오기와 장난으로 시작된 연애...

전화 한통으로 연인이 되었다.

내가 이 아이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던 어느날 전화가 왔다. 그냥 안부 전화였고 입대를 했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의 첫 전화는 그리 길지 않았고 잘지내라는 말과 함께 현재의 내 남편은 아직도 그 아이를 잊지 못하고 있어 힘들다는 얘기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군대에 있을 당시 한두차례 전화는 걸려왔었고 난 그냥 위로차 전화를 받아주었다. 그렇게 또 한참이 지난 후 제대를 했다는 소식과 함께 전화가 걸려왔고, 때마침 크리스마스라 딱히 할게 없었던 우리는 서로의 애인이 되어 주자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처음으로 둘만 만나게되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만난 우린 케케묵은 지난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고 난 그때서야 이 둘이 왜 헤어졌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친한 친구는 입학하자마자 다른 남자애와 사랑에 빠졌고, 그걸 알게 된 후 남편은 휴학을 하고 군대를 가게 되었다고 했다. 당연히 결혼까지 할 줄 알았던 이 두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헤어졌다니... 가까이에서 지켜본 나로썬 속상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도 살짝 있었다. 


난 그때까지도 친구와 연락을 하며 자주 만나던 사이였기에 둘이 만났다는걸 숨기고 싶지 않아 얘기하는게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전화를 걸었다. 어릴 때 만났던 사이기도 했고, 친구는 당시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전화를 걸기 전 문득 장난을 쳐보자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우리 둘이 만나서 사귄다고 하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다. 정말 어떠한 의도없이 순수한 장난이였다. 

그렇게 전화를 걸었고, 친구에게 사귀게 되었다 말을 하니 너무 좋아하며 괜찮다고 하는것이였다. 내가 생각한 반응이 아니였기에 당황했지만 어릴 때 마음이라 상관없는건가 싶었다. 바로 다음날 다같이 보자며 연락을 했고, 우리 둘과 친구, 또 한명의 친구까지 넷이 저녁에 보게 되었다. 이 친구는 너무 축하한다며 잘 해보라는 말을 전했고, 난 정말 괜찮겠냐고 재차 물었다.  친구는 정말 쿨하게 난 지금 남자친구도 있고 너무 행복하다며 둘이 만나는거 전혀 상관이 없다며 즐거워했다. 우린 장난으로 시작한건데.. 이걸 어찌 돌려야 하나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찬성할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넷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에 친구가 남자친구랑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가봐야 한다고 했고, 함께 있던 친구가 배웅을 해주러 따라 나섰다, 둘만 남은 우리는 정말 만나야 겠다며 웃고 떠들던 중에 배웅해주러 나갔던 친구가 돌아왔고, 얼굴 표정이 잔뜩 굳은채 우리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야... 00이가 너네 둘 헤어지기 전까지 절대 안본대.. 어떻게 자기랑 만났던 사람을 만날 수 있나며 둘이 헤어지기 전에는 절대 너랑 안만난다고 전해 달랜다.... 나가자마자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어떡하냐..."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이가 없었다. 내가 먼저 전화를 했을 때도 만났을 때도 전혀 상관없다며 쿨한 태도를 보이더니 왜 이런반응을 보이는건지 당황했다. 나중에는 내 앞에서 말을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에 이해를 하보려 했는데...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본인 남자를 뻇은거 마냥 소문을 내서 동창회를 나가도, 어렷을 때 친구들을 봐도 어떻게 그럴수 있냐며 모두 날 비난하기에 바빴고, 한쪽 얘기만 듣고 날 비난하던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오래했다며 사과연락이 왔지만 상처를 너무 받았던 나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도 그 친구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고 동창회에 가면 어김없이 그때 그 얘기가 가끔 회자가 되기도 한다.


이 사건 이후로 어차피 이렇게 된거 만나보자고 했다. 다른사람들이 절대로 오래 못갈거 같다고 얘기했지만 우린 4년간의 연애기간동안 365일 중 360일을 만나며 결혼까지 오게 되었다. 처음엔 그냥 장난반 오기반으로 시작된 연애는 점점 진심으로 바뀌었고 우린 4년의 연애기간동안 싸울일조차 없는 너무 잘맞는 단짝이였다.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2010년 20대 중반 조금은 빠른 결혼을 택했다. 가진게 없어서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당시 남편의 월급은 정말... 쥐꼬리만큼 이였지만 그래도 함께여서 행복했다.


남들은 결혼하면 그렇게 싸운다고 하던데 우리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연애때도 잘 맞던 우리가 이제와서 싸울일이 뭐가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마무리 되는 엔딩을 맞이 할거라 생각했는데 첫아이가 태어나며 그건 내 착각이란걸 출산 100일도 되기전 알게 되었다.


이전 02화 우리의 시작은 남들과 조금 달랐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