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장용 음식 1 )
재배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워
일 년 중에 두서너 달 밖에는 만날 수 없는 무화과를 나는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제철에 라도 많이 구입해 먹으려 애를 쓰지만 그것만으로는 만남의 기쁨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시간이다. 또 무화과를 좋아한다 해도 매 끼니를 무화과로 해결할 수는 없기에 건너 건너 먹다 보면 어느새 재배철이 끝나 무화과를 볼 수 없게 된다. 물론 건조해서 파는 무화과가 있어 일 년 내내 구입은 가능하다만 음식을 만들어 그릇에 담았을 때, 색과 원래의 모양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음이 늘 아쉽고 속상했다. 그래서 올해는 무화과가 들어가기 전에 두 박스를 구입해 왔다.
무엇을 만들면 잘했다 소문이 날까!
구입해 온 무화과 두 박스를 열어 보았다, 생과이기 때문에 벌레가 먹었거나 멍이 든 것이 있음 골라내어야 한다. 나는 재 빠르게 살펴보고 예쁘고 멀쩡한 무화과만 따로 빼내었다. 그러고 보니 양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확~~~ 밀려들긴 했으나, 다시 또 나가기도 그렇고 그래서, 일단 사 온 것으로만 저장용 먹거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지! 그렇지! 바로 요거야~~!!
우선 이쁘고 멀쩡한 것으로만 골라낸 무화과를 반건조를 시켜야 한다. 대략 15시간 이상으로 식품 건조기에 넣고 돌린 것 같다. 이렇게 반 건조를 시킨 무화과는 수분이 날아갔으므로 꼬들한 형태가 된다, 주인공인 무화과를 변신시켰다면 그다음은 조연인 레드와인이다. 레드와인은 비싸지 않은 것으로 준비해도 좋다.( 어차피 끓이니 알콜성분도 날아가고 맛은 설탕과 함께 졸여 와인 본래 맛을 크게 구분할 수 없기에 ) 주연과 조연이 준비되었다면, 이젠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 설탕과 래몬즙이다. 냄비하나를 준비해 반건조시킨 무화과를 담고 와인을 잠길 정도로 따라준다. 설탕은 와인 양에 2/3 정도면 적당하고, 레몬즙은 30ml쯤 넣어 약불로 끓여 졸여주면 된다.
완성된 무화과와인 저림
이렇게 졸여진 무화과는 소독처리된 유리병 속으로 차곡차곡 담긴다. 뜨거운 열기가 식으면 그때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다음 날부터는 자유롭게 여러 요리에 사용될 것이다. 나는 보통 그릭요거트나 샐러드 그리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때 이 무화과 와인 저림을 곁들이곤 한다. 달짝 시큼한 이 아이는 입안에 상큼함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오독오독 씹히는 알갱이들이 입안에서 축제가 열리기라도 한 듯 불꽃놀이 한 판을 벌인다. 또 조연인 와인은 잘 졸여져 시럽 같아졌기에 빵을 찍어 먹거나 그릭요거트에 얹여 먹어도 상당히 좋고 샐러드소스를 만들 때 부재료로 사용해도 아주 훌륭하다.
무화과를 너무 좋아하기에 이 외에도 무화과잼이나 무화과를 건조해 냉동보관해 두고 야금야금 먹긴 하지만 역시 제철에 나오는 무화과를 이기지는 못한다. 그래도 이렇게 해 두는 것이 나에게는 위로가 되고 행복을 가져다주니 안 만들 수 없다. 남편도 이런 나의 수고로 완성된 요리를 먹을 때마다 감사하다는(덕분에 입이 호사한다고..ㅎㅎ) 인사를 여러 번 하곤 한다. 음~ 무화과가 좋아 오랜 시간 만남을 갖으며 먹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아쉬움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있었다면 나의 저장 꼼수를 따라 해 보심이 어떠할지요?
오늘도 행복한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신기하게 피곤함도 이겨내며 오랜 시간을 집중하게 된다. 오늘도 난 요리를 하며 그런 시간을 보냈고, 그것을 글로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너무너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