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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빠뇽금영 Sep 30. 2023

어머님들, 보세요?
양쪽 다 손해 볼 거 없잖아요!

며느리도 기분 좋고, 어머님도 대접받으시고...

2023.09.29.

드디어 2023년도의 추석이란 명절이 지나갔다. 경제도 어렵고 물가 또한 너무 올라 장을 봐 음식을 준비하려니 예산이 만만치 않았다. 고민을 하다가 어머님께 제안을 했다. "어머님 이번 명절은 외식을 하고, 식구들과 여유 시간을 갖는 게 어떻겠어요?" 다행히 어머님도 이제는 본인 몸이 힘드니 아무것도 하기 싫다시며 편하게 나가 사 먹는 걸 허락해 주셨다. 


이런 명절 처음이야

2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침 명절 연휴가 길어 작은조카 부부도 유럽 여행을 떠났고, 우리 아들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하고 있어 모이는 식구라고는 어머님과 아주버님 그리고 큰 조카부부 포함해 6명이 다였다. 그런데 외식까지 허락해 주시니 무엇인가를 준비할 일도, 장을 볼 일도 없었다. 거기다 이제는 명절 때마다 하던 어머님댁 대청소도 하지 않으니 정말이지 명절이 연휴다운 연휴가 되어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연휴 첫날 

아주버님과 큰 조카부부가 올 시간에 맞춰  어머님을 모시고 식사장소로 향했다. 밖에서 만나 그런가, 우리의 분위기는 좀 흥분되어 있었다. 그리고 예약한 식당은 직원들이 서비스로 고기도 다 구워줘 손하나 까닥하지 않고 온전히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음식도 하나같이 다 맛있고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카페에도 들렀다. 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충분히 즐기며,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로 서로의 상황도 체크하고 고충도 공감하며 진짜 귀한 시간을 가졌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조금 달리했을 뿐인데 너무 많은 것을 얻게 되는 하루를 선물같이 받은 것이다. 27년간 살아오면서 수많은 명절을 지내왔지만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평안함'을 이제야 느낄 수 있었다.


명절당일   

그렇게 큰 조카부부가 돌아간 다음 명절 당일을 맞이했다. 그런데 우리는 친정집을 가기로 했다. 명절 당일에 친정집을 먼저 간다는 건 살면서 없던 일이지만, 이번엔 올케가 몸이 안 좋아 잠깐 왔다가 바로 간다고 해 볼  시간도 많지 않고, 시댁식구들은 어제 미리 만났었으니 시댁이 아닌 친정으로 편하게 갔다 와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내 맘에 불편함이 살그머니 들어오는 게 아닌가!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싶었는데 아마도 너무 편한 명절을 보낸 게 미안하고 고마워 갖게 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친정집을 다녀오는 길에 장을 봐서 정신없이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누가 뭐라 해서 정신없었던 게 아니다. 시간이 부족해 정신이 없었을 뿐이지 맘은 진심 즐거웠다. 온전히 내가 차리고 싶었고, 순순히 내가 해 드리고 싶어서 준비하니 몸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5시간을 넘게 움직여 상을 차린 후 남편에게 어머님과 아주버님을 모셔 오라고 했다. 식사 자리에 오신 두 분도 생각지 않은 저녁초대에 너무 좋아라 하시며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셨다. 그리고 한 말씀하신다."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해 생각지도 않았는데 언제 이렇게 준비했니? 네 덕에 너무 맛있게 잘 먹고 간다. 고맙다."


어깨 뿜뿜~~~

그렇게 식사를 마치시고 어머님과 아주버님이 돌아간 뒤에도 설거지에 청소, 그릇정리까지 할 일은 많았지만 기분만은 좋았다. 그냥 내 할 일,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대견해서 스스로 잘했다 칭찬해 주고 싶었다. 너무 애썼다며 칭찬해 주는 남편의 말에도 진심이 느껴져 흐뭇했다. 


그렇게 2023 추석이 지나갔다.

어머니가 이번 추석도 음식을 집에서 해 먹길 강요하셨다면 아마 난 이런 자리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님이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배려해 주셨기에 나 또한 선한 맘으로 시댁식구들을 위해 상차림이 가능해졌던 것 같다. 27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게 조금은 아쉽긴 하지만 괜찮다. 지금이라도 이럴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가끔 나도 시어머니가 될 날을 상상하는데, 그때가 되면 오늘을 꼭 기억하며 내가 대접받고 싶은 모습으로 며느리를 대해야겠다. 상대로부터 자신이 존중받고 배려받고 있음을 느낀다면 누구든 더 잘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 추석은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양쪽 모두 해피한 명절로 기억될 것 같아 너무 뿌듯하다. 

오늘 난, 그동안의 아픔이 조금은 치유된 것 같아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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