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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트로피가 되어주길 바랐던 J 2

나르시시스트 J

by LUDENS

내가 J로 인해 괴로웠던 수많은 나날들은, 결국 그를 이해할 수 없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나는 그(의 외모)를 좋아했고,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나 해석적 인지 재료가 없으면 어떠한 현상을 제대로 해석할수가 없다. 아무리 회상하고 노력해도 나는 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주변엔 그와 같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모든 대화와 생각을 관찰하는 휴대폰 알고리즘은, 내가 그로 인해 괴로워할 때마다 나르시시스트에 관련된 콘텐츠 영상을 추천하곤 했다. 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알고리즘의 경고를 거듭 무시하다가, 어느 날 집중해서 본 그 콘텐츠들 속에서 나는 마침내 없었던 J에 대한 해석의 실마리를 발견했다. 인터넷 검색 창에 "나르시시즘"을 검색하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가 놀랍게도 하나같이 모두 J를 묘사하고 있었다. J는 나르시시스트였던 것이다.


이전까지 내가 떠올리던 나르시시스트는 단순히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정도였기에,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과 복잡성에 대해 알지 못했떤 나는 그를 이해하거나 해석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전형적이면서 완벽한 나르시시스트였다.


다음은 나르시시스트의 주요한 특징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J와의 기억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 목적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

: 취업시 학창 시절의 성적을 과장(!)했고 나와 함께 인적성 시험을 보고자 했음.

- 외모를 중시하면서 동시에 엄청난 열등감을 지님.

: 잘생겼다는 칭찬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끊임 없이 자기를 깎아 내림.

- 전형적인 강약약강

: 경제적, 정치적, 위계적 권력에 순응하고 아첨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언행을 일삼음.

- 교묘하게 가스라이팅을 잘하고 손절보다는 상대를 원하는대로 조종함.

: 차단, 거리두기, 러브바밍 등의 다양한 심리적 전략을 통해 상대방을 조종하려고 함.

- 겉으로 보기에는 사교적이며 감투를 좋아하는 간신배 스타일임.

: 리더십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임감은 부족함. 나서기를 좋아함. 과대표, 간부 등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음.

사이비 종교 교주감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음.

- 보수성을 넘어서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사회 선호함.

: 해병대 간부 생활에 특화되었고, 튀는 것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함.

- 복수와 질투의 정도가 상상을 뛰어넘음.

: 반드시 복수하고, 사소한 일도 세부적이고 오랫동안 기억함.

- 피상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가치를 매우 중시함.

: 항상 모든 사람의 출신학교와 직업으로 사람을 기억함.


나르시시스트 척도의 가장 오른쪽을 차지한다고 묘사해도 될만한 그에게 나는 여러가지 면에서 트로피로 사용하기 좋은 존재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항상 이름보다 직업과 출신학교를 먼저 말했다. 그리고 '부족한' 나를 기꺼이 사랑해주는 자신의 모습에 심취했고, 그것을 과장하여 묘사했다.


그런 그를 인지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음에도 바로 떠나지 못하고 머물렀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내 안에 있었다. 나는 어느새 그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감정은 내가 지닌 '구원자 콤플렉스'라는 깊은 애착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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