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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라는 장래희망의 설움 1

by LUDENS Mar 03. 2025

30살이 넘어간 뒤로 연애의 난이도는 높아졌다. 연애의 장르가 달라졌다고 해야 조금 더 명확한 표현일까.


결혼을 염두에 두는 상대방을 위해서는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딩크라는 가족의 형태를 원하는 나의 뜻을 명확히 했다.


30대가 되고 만난 J는 딩크라는 "조건"때문에 우리의 만남을 주저했지만 내가 달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나를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그는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지 물었고 나는 여러 가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30대 초반인 나에게 나이가 너무 많으니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산부인과 진료를 볼 일이라도 생기면 사사건건 어떠한 일인지, 출산에는 문제가 없는 일인지 확인했다. 그러한 그의 태도 때문에 나는 나 스스로를 하자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되었다. 간이 흘러 그가 선택한 번째 방법은 나를 어르고 달래는 일이었다. 그는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나를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나와 닮은 아이가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과 닮은 아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의 사랑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몰아갔다. 그때의 나는 이별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를 사랑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의 논리라면 아이를 원치 않는 것은 그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의 관계 속에서 그것은 나의 잘못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그가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희생"이었다. 그는 나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언뜻 로맨틱하게 들릴법한 그의 말에도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는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이미 나와 J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갈등이 있었고 나는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나를 그 정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자궁경부암이 의심이 되는 상황에서 기꺼이 가다실을 맞을 마음이 없었다. 처음엔 비싸다고 했고, 그다음엔 자신에게 주사공포증이 있다고 했다. 내가 돈을 내겠다고 했음에도, 그가 주사공포증을 이겨내고 코로나 백신을 맞았음에도 결국 가다실을 맞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다면 나의 몸으로 하게 될)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희생인지 강조했다. 그는 크게 감동받아하지 않는 나의 태도에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느껴했다. 그의 "희생"이라는 표현 덕분에 나는 2년가량 미련으로 가득했던 그와의 관계를 홀가분하게 끊어냈다.


30대 중반이 되어 만난 Y 역시 딩크라는 "조건"때문에 우리의 만남을 주저했지만 그 또한 내가 달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실제로 그는 J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었으나, 나는 그가 J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착각을 믿음으로 가진 나머지 신이 나에게 보내는 모든 신호들을 무시했다. 그도 내게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지 물었고, 나이가 너무 많으니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나는 원하지도 않는 혼전임신조차 축복이 될 수 있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J보다 더 끔찍하게 굴었다. 그는 아이를 낳아줄 마음이 없는 나와는 예견된 이별이 있기에 우리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자 하지 않았다. 나에게 선물을 하는 것, 감정을 쏟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것 모두가 손해가 확실한 투자로 여기는 듯했다. 나는 우리의 관계를 위해 일방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혼자는 너무 외롭고 힘들다며 함께 하자고 이야기했을 때, 그는 40살 이전에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우리가 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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