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먹고 자고 싸고 놀고'를 해결하느라 엄마의 '먹고 자고 싸고 놀고'는 뒷전이 된다.에너지 충전을 위해 음식을 삼키고, 아기가 잘 때 잠깐씩 쪽잠을 자고, 참다 참다화장실로 달려가며, 하루종일 아기랑 놀아주긴 해도 엄마가 논 적은 없다. 이 와중에 씻는 건 사치기에 몰골은 더욱 피폐해져 간다.
결혼전에는 아기 둘은 낳아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임신했을 때 한번, 출산할 때 한번, 육아할 때 거의 매번둘째는 없다고 다짐한다.
그 정도로 하나도 힘들다.
힘든 와중에도 행복한 순간에는 역시 가족이 있다.
남편
정적으로 놀아주던 엄마와는 달리 아빠는 동적으로 놀아주기에 아기의 꺄륵꺄릌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목마 타기, 비행기 타기, 천장 찍고 내려오기 등 아빠는 스릴 넘치는 아기전용 놀이기구가 된다. 다만 방전이 빨리된다는 단점이 있는데 얄짤없는 아기손님은 "또!"를 외치며 쓰러진 놀이기구 위에 올라탄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가까이 산다는 것은 육아할 때 굉장히 든든한 지원이 된다.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이후로 행복한 웃음이 늘어난 건 확실하다. 아기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좋아해서 이제 빠빠이 하자고 해도 못 들은 척하며 더 놀자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아끄는 모습에 모두들 웃음이 터진다.
이모, 이모부
나에겐 여동생이 하나 있다. 각자 살기 바빠 무슨 일이 있어야 연락을 하곤 했는데 요새는 매일 연락을 한다. 조카에 푹 빠진 이모, 이모부는 매일 아기 동영상을 찍어보내라며 성화였고 돌아보니 그 덕에 아기 영상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아기가 좀 크고 나서는 페이스톡을 하기 시작했다. 육아가 너무 힘들 때 이모와의 영상통화는 10분간의 평화를 안겨준다.
게다가 한 달에 한 번은 만나는데 아기가 없었다면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이 정도로 자주 보긴 어려웠을 것 같다.
임신, 출산, 육아를 뭣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막상 알고 나니 모든 게 두렵다. 그런데도 둘째 생각을 한다는 게 내가 이제 조금 살만해졌나 보다.
아기는 가족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전보다 연락도 만남도 빈번해지고 웃음도 많아진다. 육아가 힘들어도 가족이 있어 도움도 받고 숨통도 트인다.
가족이 있어서 가족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는 없을 거라 다짐하다가도 둘째 생각을 하게 된다. 아기에게도 가족이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