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면서 나의 밑바닥을 다 보게 된다. 내가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었나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다.
아기가 돌 때쯤 됐을 때였다. 그때는 정말 아기가 이유식만 잘 먹었으면 소원이 없을 정도였다. 직접 만든 이유식도 시판 이유식도 모두 거부했다. 한입도 안 먹겠다고 조그만 입을 꾹 다물었다.
배가 고프면 먹겠지 기다려도 삼시 세 끼를 얼마 먹지도 않고 거부할 때는 미칠 지경이었다. 이유식을 먹지는 않고 촉감놀이 하듯이 만지고 던지는 바람에 식사시간마다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청소하기 바빴다.
그때는 산후우울증도 같이 왔던 것 같다. 이유식을 만들면서 어차피 안 먹을 거 왜 만들고 있나 생각하며 울고, 거의 새것 같은 이유식을 갖다 버리면서 울고, 바닥에 흘린 죽이 잘 닦이지도 않아서 벅벅 문지르면서 또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입을 꾹 다문 아기에게 한 입만 먹어보자고 어르고 달래던 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울컥해서는 으 유우우우우우우!!!!!!! 하고 화를 내버렸다.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말도 안 통하는 돌쟁이 아기이지만 엄마가 화를 냈다는 것을 다 알아챈 것 같았다. 그 순간 심장이 덜컥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 조그만 아기에게 화를 내다니. 내가 정말 미쳤구나. 자책하며 다시는 이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어느덧 아기가 20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무사히 지나갔다.
그러다 어제 또 일이 터져버렸다.
이유식만 잘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더니 이제는 잠만 잘 자면 소원이 없겠다로 바뀌었다.
이론적으로는 문제와 해결방안을 이미 알고 있다. 아직도 끊지 못한 쪽쪽이가 깊은 수면을 방해할 것이고,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라 잠에서 자주 깰 수 있다는 사실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며칠째 새벽마다 깨는 게 루틴이 되었고, 어제도 어김없이 새벽 1시 반에 깨버렸다. 우유라도 먹여서 재우려 했으나 우유를 먹고도 침대에는 절대 안 가겠다고 우겼다. 그때부터 비몽사몽 하던 엄마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어르고 달래서 침대로 돌아가 누웠지만, 자는 듯하더니 또다시 벌떡 일어나서 거실로 나가겠다고 성화였다. 거실로 안고 나가면서 잠 좀 자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고 소파에 짐짝 내려놓듯이 아기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아기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화도 낸 주제에 눈물도 줄줄 흘렸다.
잠시 진정을 한 뒤, 다시 침대에 아기와 같이 누웠다. 아기가 알아듣지 못할지라도 주절주절 사과를 했다. 엄마가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너무 졸려서 화가 났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미안하다고 반복했다.
아기는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안해란 말을 몇 번이고 따라 했다. 아기는 엄마가 화를 낸 것도, 뒤늦게 미안하다고 하는 것도 다 아는 것 같았다.
왜 이리도 못났을까 계속 자책하게 된다. 화내는 순간의 아기의 표정이 계속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일단은 쌓인 화를 풀기 위해 매운 주꾸미볶음을 주문했다. 화내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