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와 동생의 어린 시절 사진을 모아 두꺼운 앨범을 하나씩 만들어 두었다. 이 앨범은 한 번씩 생각나면 꺼내보곤 하는데 벌써 수십 번을 봤는데도 질리지가 않고 재미있다. 대부분이 나와 동생의 아기 사진이지만 가끔 엄마, 아빠와 같이 찍은 사진도 있는데, 젊은 시절의 부모님 사진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 엄마, 아빠가 육아를 하고 있다.
출산을 하고 엄마가 되고 보니엄마가 얼마나 대단한 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엄마는 26세에 첫째인 나를 낳고, 28세에 둘째인 동생을 낳아 20대에 2명의 아이를 낳아 키웠다.내가 첫 직장을 나가 햇병아리처럼 삐약거리고 있던나이에 엄마는 나를 낳아 키웠다.
엄마는 나와 동생이 아기였던 시절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 당시 아빠는 아기가 터질까 봐(?) 무서워서 안아주지도 못했다고 한다.아빠가 못 안아주면 당연히 육아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을 것이다. 신생아 육아가 얼마나 고된지 이제는 알기 때문에 독박육아를 하는 젊은 엄마의 고생이 눈앞에 그려진다.아빠는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여전히신생아를 안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안다.손주 또한신생아 때는무서워서 안지 못하고 100일이 지나서 목을 잘 가눌 때 처음 안아주었다.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의 말이 100% 진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나 또한 엄마를 힘들게 했었다. 어린 시절 나는 2살 터울의 동생에게 질투가 많았다고 한다. 엄마가 신생아 동생을 안아주면 어린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아기 내려!!'하고 빽빽 소리치며 떼를 썼다고 한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우는 동생을 눕혀놓고 나를 안아서 잠시 달래고는 다시 동생을 안아주었다고 한다.
출산 전에 이 에피소드를 들었을 때에는 마냥 웃기고 귀여웠지만 이제는 그 상황에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웃음기가 싹 가신다.
둘째가 울어서 안아줬더니 첫째가 아기 내리라며 울고, 아빠는 아기 터질까 봐 안아주지도 못하는 매운맛 육아의 현장.이 얼마나 대환장 파티인가.갓난아기 울음소리와 더 크게 우는 큰 아기 소리가동시에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아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지금의 나보다도 더 어렸던 엄마는 이 모든 것을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엄마는 참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