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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삼 May 22. 2024

아기 도토리 키재지 말자

SNS를 끊어야지

엄친아, 엄친딸들이 왜 싫을까? 나랑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엄마친구아들, 아빠친구딸들은 다 잘 산다.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시험에 합격하고, 특출 난 재능이 있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주려는 의도는 없어도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나는 그런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어릴 적 비교당하는 게 참 싫었는데 엄마가 된 나는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고 있었다.


비교대상은 SNS, 유튜브, 맘카페 속 일면식도 없는 엄마의 아기들이었다. 예전에는 엄마의 친구의 자식이라는 약간의 연관이라도 있었다면 이제는 SNS를 통해 전혀 모르는 엄마의 육아 이야기까지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국민 육아템을 검색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알고리즘의 소개로 여러 아기들의 일상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귀여운 아기가 보이고 그다음엔 아기가 입은 예쁜 옷이 보이고 그러다 신박한 장난감으로 가득한 아기방이 보인다. 나와 다른 여유로운 육아 환경에 부러움이 싹트기 시작한다.


SNS에는 아기 개월수별로 영양만점 유아식을 찍은 식판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너무 똑같은 것만 해서 먹이나 자괴감이 몰려온다. 저 정도의 유아식을 매일 할 자신이 없으니 사 먹여볼까 싶어 유아식 배달을 검색해 본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대에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누른다.


분명 쉬는 시간인데 작은 폰화면을 통해 남들과 육아 비교를 하고 있자니 그냥 육아하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알고리즘의 안내로 우연 아닌 우연히 우리 아기와 비슷한 개월수의 아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신통방통하게도 밤에 잘 시간이 되니 아기가 혼자 자기 방에 들어가서는 혼자 자는 게 아닌가. 말로만 듣던 수면교육에 성공한 아기의 모습이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매일밤 안 잔다는 아기를 재우려고 난리인데 저렇게 스스로 잘 수도 있다니. 그날밤에도 잠을 이기려 드는 아기를 보며 내가 수면교육을 안 해서 이런 거구나 후회 막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별다른 수면교육을 하지 않았는데 잠시만 옆에 같이 누워있으면 아기가 금방 잠에 들었다. 그냥 그런 시기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 같다.


몇 날며칠을 알지도 못하는 아기들이랑 비교를 하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화가 쌓이다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일도 생겼다.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는 모든 SNS와 인터넷 검색을 끊었다.


고만고만한 아기들을 가지고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비교를 하려거든 육아책을 펴본다. 육아책에는 개월수에 맞는 아기발달과업들이 적혀있다. 책이랑 비교해 보니 아기는 발달과정에 맞게 잘 크고 있었다. 괜한 비교와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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