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밥을 안 먹을 때, 엄마 껌딱지가 될 때, 아플 때 모든 순간이 힘들긴 하다. 하지만 사람이 잠을 못 자면 미칠 지경이 된다.
돌이 지나고도 몇 개월 뒤 이제 통잠 좀 자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육아가 쉬워진다더니 이제야 호시절이 오는구나 내심 환호했다. 아기도 엄마도 밤에 푹 자니 육아가 쉬워졌다.
안타깝게도 좋은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뒤 아기와 큰 병원을 다녀오느라 먼 길을 다녀왔다. 아기는 차에서 오며 가며 낮잠을 쿨쿨 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초저녁인데도 차에서 잠을 푹 자버렸다. 병원에서 하도 울어서 지쳐 잠든 줄만 알고 안쓰러워하면서도 코앞에 닥칠 위기는 생각도 못했다.
아기는 집에 도착해서 밥 먹고 씻고 노는데 새벽 1시가 넘어가도록잘 생각이 없었다. 아기는 차에서 오며 가며 푹 잤지만엄마아빠는 새벽부터 일어나 먼 길 다녀오느라 한잠도 못 자 피곤한 상태였다.
엄마, 아빠가 피곤에 절어있는데 아기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전혀잘생각이없다.
정신줄을 간신히 붙든 채로 버티고 있다가 남편이 갑자기 아빠의 청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운전하고 육아하고 잠도 못 자는데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딱 맞는 노래였다.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인생
그러자 아기도 재밌다고 할줄아는 유일한가사인 아빠 부분을 힘차게 따라 불렀다.
압빠!!!!
온 가족이 아빠의청춘을 부르다 결국 2시가 넘어 곯아떨어지며 웃픈 육아 하루를 마무리했다.또한 시차적응 하듯이 원래 수면 시간으로 돌아오는데도 며칠이 걸렸고 며칠 동안 아빠의 청춘 노래는 끊이질 않았다.
육아할때 너무 힘든순간엔 정신줄을 놔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 정신줄을 꽉 붙들려고 할수록 오히려 힘이 더 든다. 심신이 지치면 저항 없이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땐 그냥 정신줄을 놓고 웃으면서 그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당시에는 너무 힘든 순간들도 웃으면서 넘긴다면 나중에는 웃긴 추억만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하루 걸러 하루 힘든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속에서 화딱지가 날 때도 많지만 그럴 땐 나와 아기 모두를 위해 그냥 정신줄을 놓아버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