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모든 아파트의 골칫거리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 집은 이웃을 잘 만나 큰 소음 없이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었다. 서로 벽을 맞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드리는 자잘한 소음은 서로 양해를 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우리 집이 흔히 말하는 층간소음 빌런이 되어버렸다. 신생아 때는 밤낮으로 울기 때문에 그때마다 이웃집 다 깨울까 걱정하며 아기를 달랬다. 다행히도 아기가 19개월이 되도록 이웃 주민의 방문은 없었다. 밤낮으로 시끄러웠을 텐데 감사하게도 많이 참아주셨을 것이다.
사건은 어젯밤 일어났다. 아기는 감기에 걸렸고 며칠째 맑은 콧물이 나더니 어제부터는 누런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코가 막히니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아기도 짜증이 났는지 새벽 두 시에는 결국 악에 받쳐서 울기 시작했다. 안아도, 왔다 갔다 해도 쉽사리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갑자기 띵똥! 하는 소리와 함께 인터폰 화면에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쳐보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인터폰 화면을 보니 뜻밖에도 옆집 아주머니가 있었다. 안방에서 소리가 나니 위아래 집만 걱정을 했지 옆집까지 소리가 들릴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얼른 뛰쳐나간 남편이 아기가 감기에 걸려서 많이 운다는 사정을 설명하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옆집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듣고 금방 돌아가셨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다. 죄송스러움과 당황스러움, 온갖 감정이 뒤섞여 엄마, 아빠만 서로 말이 없어졌을 뿐 아기는 똑같이 울고 있었다.
눕기를 거부해서 별수 없이 안아서 재우려고 삼십 분째 안고 있었지만 자세가 불편한지 잠이 들려다 움찔하면서 깨버렸다. 아기가 10kg이 넘어서부터는 조금만 안고 있어도 손모가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그런데 삼십분째 축 쳐진 아기를 안고 있으려니 팔에 마비가 오는 것 같았다.
결국 침대에도 소파에도 안 누우려는 아기를 소파에 기대어 앉게 해서 잠을 재웠다. 선잠이 들었을 때 건드리면 다시 깰까 봐 잠이 푹 들 때까지 기다린 뒤 침대로 옮겼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팔과 어깨가 아팠지만 그런 것 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옆집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면 이웃 주민들 모두를 깨웠겠구나 죄송스러웠다. 앞으로 옆집 아주머니 얼굴을 어떻게 보나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잘 달래지지도 않는 상황에 무력해졌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어 한숨만 나왔다.
다음날, 남편이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아주머니를 또 마주쳤다고 했다. 다시 한번 어제 일로 죄송하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아기는 괜찮냐고 물어보며 우는 소리가 아니라 소리를 질러서 온 가족이 다 놀라서 일어났다고 했다. 무슨 일이 난 줄 알고 남편이 가보라고 해서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하마터면 오해할 뻔했다. 그저 시끄러워서 조용히 좀 하라고 방문한 게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걱정된 마음이 포함된 것이었다.
대화를 통해 마음의 짐은 조금 덜었지만, 어제와 같은 일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미리 대비를 하고자 한참 전에 꽁꽁 싸서 창고에 넣어두었던 아기띠를 다시 꺼냈다. 허리에 매는 힙시트 아기띠를 착용하면 아기를 오래 안고 있어도 손목에 무리가 덜 간다. 어제와 같은 비상상황이 생길 시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