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짧고 소중하다. 예쁜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하면 딱 좋겠으나 아침부터 바쁘게 향한 곳은 소아과였다.
2주가 넘도록 아기는 감기를 달고 살았다. 주말에 약이 부족할 것 같았는데 다행히 집 근처 소아과에서 토요일 오전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소아과는 매번 갈 때마다 붐빈다. 육아를 하기 전에는 아기들이 이렇게 감기에 자주 걸리는지, 진료 대기가 이렇게 긴지 상상도 못 했다.
겨우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좀 늘어져서 쉬고 싶지만 할 일이 있다. 주말을 맞아 미루고 미루던 대청소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아기가 있는 집은 대부분 바닥에 매트가 깔려 있다. 층간소음도 덜어주고 아기가 넘어져도 충격을 완화해 준다. 이 매트를 한 번씩 들어서 바닥청소를 싹 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전체 시공을 했으면 좋으련만, 아기가 커가면서 매트를 조금씩 채워 넣었더니 바닥에 테트리스를 한 모양새가 되었다.
매트를 싹 들어내고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쓸고 닦았다. 그 와중에 아기가 자기도 하고 싶어서 밀대를 민다. 옛날 어른들이 애들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더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
청소를 마치고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렸다. 소파에 기대어 있는 남편에게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가져다줬다. 그 순간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기가 눈을 번쩍이며 아빠에게로 달려든다.
아빠가 뭔가 먹는 걸 보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컵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직접 봐야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가끔씩 손도 푹 담근다.
남편은 한 손으로는 컵을 들고, 한 손으로는 아기를 방어하느라 바빴다. 그러더니 커피를 한 입 마시고는 감탄을 한다.
음~ 커피 한잔의 바쁨!
순간 커피를 마시다 뿜을 뻔했다. 커피를 사수하는 아빠와 온 힘을 다해 고사리 손을 뻗는 아기의 모습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었다.
보통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지만 육아할 때는 커피 한잔의 바쁨이 있다. 아기는 커피 한잔 마실 틈도 안주는 방해꾼이지만 귀여워서 용서가 된다.
귀여운 방해꾼과 재치 있는 남편의 콜라보로 한참을 웃었다. 앞으로 커피 마실 때마다 종종 떠오르며 이 순간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