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일하며 친하게 지냈던 여직원이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되었다. 약한 체력에 번아웃까지 온 상태라 그동안 힘들어했던 걸 알고 있었다. 본인의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게 우선이니 아름다운 이별과 앞날의 행운을 빌어주는 수밖에 없다. 그만두었다 하더라도 연락해서 만나면 되니 완전한 이별은 아니다.
또다시 새로운 직원을 모셔야 했다. 문구점의 특성상 경력자의 존재는 중요하다. 볼펜하나 손톱만 한 자석까지 많은 물품들이 있다 보니 익히는 데만도 시간이 걸린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해 주었던 고마운 동료였는데 아쉬웠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직원에게 하나씩 알려 주어야 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들어온 지 6개월밖에 안 된 남자직원도 있는데 막막했다. 평화로웠던 일상에서 신경 써야 하는 일상으로 바뀌어야할 시간이었다.
6개월 전의 바뀐 남자직원인 그. 그는 앞서 일했던 큰 아들 같다던 직원의 동생이었다. 선한 사람과 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일은 힘들지라도 마음은 편안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알아보던 중 큰아들 같은 직원에게도 말했다. 결국 동생을 추천받았고 새로운 그로 일하게 되었다.
그와의 첫 만남은 8개월 전으로 배송이 많은 날 갑자기 결근한 남자직원 때문이었다. 매장 문을 열고 마스크를 쓴 채 걸어왔지만 단박에 동생인 걸 알았다. 같은 형제라도 체구와 생김새는 달랐지만 목소리가 판박이였다. 너무나도 반갑게 초면인 그에게 인사를 했다.
"누구 씨 동생이죠?"
"네."
"반가워요. 급하게 부탁했는데 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아! 네."
잠깐이었지만 든든해 보이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2개월 뒤 정식 직원으로 일하게 된 그는 나의 둘째 아들을 연상케 했다. 모습과 행동은 다르지만 다정한 성격과 차분한 말투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여전히 실수투성이지만 힘을 써야 하는 문구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헤어짐 뒤에 새로운 만남이 있다. 어떤 분과 인연이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분이 익숙한 분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