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먼저 온 그도 매장을 헤매고 있는데 새로운 그대까지 모셔야 한다. 쓸쓸하고 힘든 시간이다. 여자직원을 모시는 구인광고를 내놓고도 경력자가 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알려줘야 하는 분이라면 아는 사람이라도 괜찮겠다 싶다.
사장님께서 물어보셨다.
"과장님! 제 친구 와이프인데 보름뒤에 가게를 접어요. 애가 셋인 데다 벌어야 하는 입장인데 문구쪽 일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알고 보면 사연 많은 불쌍한 사람인데 그분을 모시면 어떨까요?"
"네? 애가 셋에다 사연이 많다고요?"
그 말 한마디에 무조건 괜찮다고 했다. 애가 있으며 사연이 있는 건 그녀만이 아니니까. 그럴수록 열심히 할 동기가 있는 것이니 무조건 괜찮았고 쉽게 그만두지 않을 거라 안심도 됐다.
그렇게 새로운 그대가 결정됐다. 새로운 그대의 첫출근은 5월 초. 오후 출근인 그녀는 근무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여러 가지 예상만 했을 뿐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기에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내심 반가웠다.
"저. 안녕하세요. 오늘 출근하기로 한 누구입니다."
"아! 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에 공손한 말투다.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내면이 느껴졌다.
"옷은 저기 계단 밑에 탈의실이 있어요. 거기에 가방이랑 옷을 두시면 돼요."
매장일도 처음이고 여러 사람과 일을 하는 것도 처음인 그대는 생각보다 해맑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대에게 매장 물건들과 제품 위치를 익히게 했다.
사장님과는 자주 보던 사이인지라 첫날부터 허물이 없었다. 너무 친해도 일할 때는 불편한 법인데 미묘한 조율도신경 써야 했다. 출근한 그대를 겪고 보니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완전 초짜였다. 신랑과 자영업을 12년 넘게 해 오면서 자잘한 일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출근하면서 물건을 알아가는 것보다 말이 많은 그대를 보며 무심한 하늘을 원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