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장은 규모에 비해 주차시설이 부족하다. 판매업의 기본요건인 주차장이 부족하다 보니 손님들도 아쉬워하신다. 주차장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죄송하다. 학기 초에 주차장이 넓은 문구점에는 사람들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우리 매장은 여유롭다. 여기는 여유로워서 쇼핑하기 편하네라는 손님의 말씀에 옅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어쩌다 매장을 인수받고도 많은 일이 있었던 사장님에게 주차장 문제는 풀어야 할 큰 숙제다. 하지만 경매에 넘어가게 된 매장을 억지로 안았으니 다른 곳으로의 이전은 생각할 수 없다. 건물주라는 명함은 얻었지만 은행돈이니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 물론 현시점에 자영업을 하시는 사장님들의 상황이 비슷하기에 안타깝다.
판매업은 코로나를 지나면서 예전 같지 않다. 물론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장님의 시점에서 바라봤을 때 막막한 건 사실이다. 타이틀만 사장님이지 노예처럼 일하며 직원보다 근무시간이 많은 노동자라 할 수 있다. 사장님의 세세한 상황들은 알 수 없지만 주어진 장면으로 봤을 땐 매장의 노예 같기도 하다. 가끔씩 내가 사장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란 생각도 든다. 나라면 생각이 많아지며 버티기 힘들 것 같은데 매장을 끌고 가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 흥하면 좋은데 잔잔해지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지만 관리자의 능력만으로는 매끄럽지 않다. 지금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내며 직원관리를 포함한 매장일들을 야무지게 하는 것만이 나의 최선일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장님들의 몸과 마음에 묵직한 고생이 느껴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현재를 살아가야만 하는 사장님을 현생에 사장이라 부를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