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지인으로 일하게 된 그대는 생각보다 허점투성이에 느린 왕초보였다. 앞으로도 이 여인과 함께 일해야 하다니. 그와 닮은 듯한 콜라보에 환장하는 날들은 계속되었다. 부족한 체력에 힘에 부치는 날들이 많았지만 같이 일하다 보니 그대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여리고 소심한 그대. 씩씩해 보이는 외면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해맑게 출근해 무지하게 들이대던 얼굴에 내심 놀랐던 나는 그대와의 적당한 거리를 요구했다. 그대만의 친근한 표시였던 다가섬은 내겐부담스러운 몸짓이었다.
"00 씨! 제발 말씀하실 때 적당한 거리를 지켜주세요. 이러다 코가 닿겠어요."
"아. 알겠어요."
일을 하면 심리적 방어선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그대에겐 웃을 일이겠지만나에겐 꼭 챙겨야 할 선이었다. 알게 모르게 경계심을 가지고 일정한 거리를 지키던 나에겐 버거운 상대이자 이상한 상대였다. 이젠 따발총 같이 달려들어도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질 때쯤이면손바닥으로제지하지만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손님들에게도 친절한 그대는 안내를 하면서 물건을 외우기도 했다. 손님에게 하나씩 응대하며 시간을 지체하다 다른 할 일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일에는 늘 진심이었다. 늘지 않는 일머리를 자책하면서같은 실수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일 때면 어찌해야 되나 싶기도 하다.눈치 보듯 움츠리는 모습에 안쓰러워 보이는 날도 있었지만 배움과 익힘의 과정들이다. 지금도 이어지는 장면들에 멍해질 때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그대만의 매력인 것을.
매장에서 일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의 실수는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매장의 에피소드도 늘어나고 있다는 뜻인데 대놓고 메모하기 바쁘다.
어느 날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대가 나에게 물었다.
"과장님은 어떤 영화 좋아해요?"
"나는 꿈과 희망을 주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지구를 지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럼 마블영화 좋아하겠네요."
"아이 그럼요. 광팬이죠. 일반 만화영화도 잘 봐요."
"일본 만화 중에 아따맘마도 봤어요?"
"네! 애들 어릴 때도 봤고 지금도 유튜브로 가끔씩 봐요."
"우리 애들이 나보고 아따맘마에 나오는 아리 엄마 닮았다고 하던데. 정말 그래요?"
어? 그러고 보니 진짜 아따맘마를 닮았다. 왠지 익숙한 비주얼이다 했더니 만화캐릭터를 닮았을 줄이야. 그때 옆에 있던 그가 외쳤다.
"조아따"
아~ 좋은 닉네임이다. 그대의 성에 아따라는 글자를 붙이니 이름에 긍정의 의미가 담긴 것이 부르기 좋은 애칭이 되었다.찰떡같은 애칭으로 그날부터 그대를 '아따씨야~~'로 불렀다.
출근할 때도 "아따씨야~ 반가워요."
퇴근할 때도 "아따씨!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처음에 비해 아따씨를 부르는 나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일하면서 나오는 그대의 자세를 무의식 중에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두 팔을살짝 들고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려 엉덩이를 약간 뒤로 뺀다. 그런 자세에서 허리를 살짝 숙이고 눈을 크게 뜨며 외쳐 준다.
"아따씨야~~~"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이제는 아따씨라 불러야 대답한다. 진짜 이름을 불러주면 어색한 게 실수한 일에 대한 지적을 당할까 봐 가슴이 떨린단다. 그런 그대의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대의 애칭을 불러댄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조차 끙끙거림 대신 "아따씨야"하며 용을 쓰니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그대의 애칭인 아따씨를 부를 때마다 장난스러워지는 나를 느끼며 조심해 보려 노력하지만 그대의 얼굴만 보면 참을 수 없다. 습관이 무서운 법인데 이젠 과장으로서 체통을 지키라고 면박을 받는 지경이다.
그대의 이름 대신 아따씨라는 애칭을부르면서 나는 허당 과장이 되어간다.여태껏장난꾸러기기질을 박스에 담아 마음속 깊이 보관했었는데 아따씨라는 외침으로 박스를 터트려 버린 느낌이다. 아따씨와 함께 할 환장 콜라보는 이제 시작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