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 노래 중 에피소드에 있는 가사다. 출퇴근하며 즐겨 듣는 음악인데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고 싶어연습하고 있다. 노래를 들을 때와 부를 때가 다르게 느껴지는 박자로 한동안 헤맸었다. 마치 쟁반 위에서통통거리며 튀어대는 여러개의 구슬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박자가 어렵고 가사도 많은 노래라 어떻게 익혀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큰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엄마로 칭찬받고 싶어서 말이다.지금은 익숙해져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정도가 됐지만 아직도 타이밍을 놓치는 부분이 있어 연습하고 있는중이다.
이무진의노래로 가수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큰아들로 인해 난 그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이무진의 신곡이 나오면 나에게 알려 주는데 찾아서 듣는 편이다.아들의 관심사를 알고 같은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랄까. 아무튼 에피소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난 이 노래를 좋아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긴 어려워도 저 부분의 가사만큼은 기억에 남아 매일 흥얼거렸다. 에피소드 가사 중에 저 부분을 부르려면 박자를 잘 맞추어야 한다. 한 템포 쉬다가 빠르게 부르는 듯한 노래는 성질 급한 나에게 랩이 돼버린다. 랩을 하듯 노래하면 아들이 옆에서 웃으며 박자를 맞춰준다. 한 박자씩 늦춰 불러야 할 것을 한 박자씩 빠르게 부르니 나만의 랩에 재미가 들려 박자에 고장이 나 버렸다. 아들들은 그런 장난꾸러기 엄마의 노래가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아들이 웃어주는 모습이 좋아 계속 흥얼거리다 보니 고장 난 박자는 고쳐지질 않는다.
매장에서도 일하며 에피소드를 흥얼거리다 저 부분의 가사가 유독 마음에꽂히는날이 있었다. 마치 나의 상황을 말해 주는 듯했고 에피소드를 적어대는 나를 이해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매장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 마음껏 적으세요라는 응원곡같기도 했다.
매장의 이야기를 쓰자고 마음먹은 뒤로 일하는 중에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으면 메모장에 기록하는 편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상을 글로 표현하면 재미있는 책이 될 수 있다며 신나게 적어댄다. 언젠가 브런치에 올릴 글들이라며 우리 열심히 해서 문구점을 알리자고 독려한다. 그러다 보면 예전의 나답지 않게 장난스럽고 능청스러워진 모습들이 나오게 된다. 집에서의 모습을 모르는 이들에겐 이상한 모습일 테지만 원래 내가 장난스럽다. 밖에서 자중하고 체통을 지키려 노력할 뿐이지.
문구점에서 생기는 모든 실수와 이야기들은 나의 에피소드가 되며 글감이 된다. 특히 아따씨의 실수는 재미있는 보물을 발견한 것과 같다.
"뭐라고요.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다시 설명을 해 주시죠."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핸드폰 메모장을 켜며 에피소드를 적으려 달려드는내 모습은 그 자체가 코믹이다.
어이없는 나의 행동들에 그가 아따씨에게 따지듯 말했단다.
"원래 과장님이 저러지 않았어요. 아따씨 때문에 과장님이 이상해졌으니 책임지세요."
내가 이러지 않았다고? 그렇지. 여기는 일터라 장난꾸러기인 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묵묵하고 이성적으로 지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풀어지고 있나 보다.
실수로 인한 웃음이라면 놓치지 않고 잡았으며 글로 써서 직원들과 공유했다. 그들의 웃음과 칭찬에 신이 난 나는 과장이란 타이틀보다 장난꾸러기 글쓴이가 돼버렸다. 하나의 글로 모두가 공감하며 웃을 수 있다는 점이 재밌다. 어느새 까불거리며 자꾸만 글을 써내는 나를 보며 사장님도 아따씨에게 당부한다.
"말을 할 때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하세요."
"아니. 조심해서 말을 하는데 과장님이 자꾸만 잡아내잖아요."
왠지 미안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인다. 나의 에피소드가 되어 줄 글감들이.
좋은 생각이라 말해 주면서도 나에게 글감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아따씨를 보며 더 세밀한 관찰력을 키우고 있다. 그러면서 중저음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준다.
"우리의 에피소드가 찬란하게 막을 연다."
계속되는 내 노래에 전염이 된 아따씨. 어느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이제부터는 매일이 에피소드다. 문구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글을 쓰게 된 나는 진짜 글 쓰는 과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