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성향의 사람들과 일을 하면 몸과 마음이 편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진행되고마무리되는 단계까지 알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눈빛만으로도 통할 때가 있다. 그 정도가 되려면 일에 대한 숙련도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같은 시간을 보내며 손발을 맞추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그와 그대를 보면서 언제쯤이면 눈빛만으로 통할 때가 올까를 생각해 본다. 이론상 가능할까 생각하다 이내 포기해 버린다. 직전의 직원과 나누었던 교감은 그 사람과만 가능했다. 새로운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속도가 있으니 아직은 무리였다.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급한 나는 조급해진다. 매장포스 사용법처럼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경우라면 한 두 번만 알려주면 가능했는데 아니었다. 문구에 처음인 그와 그대는 내가 생각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해할 때까지 알려주어야 했고 계속 지켜봐야 했다. 어린아이에게 가르쳐줄 때는 아이가 알 때까지 계속 말해주어야 한다는 어느 박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와 그대를 문구 초년생에 사회 초년생처럼 대해야 했다.
느린 습득속도에 고민하다 매장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게 되었다. 매번 나에게 물어보는 것도 힘든 일이며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매뉴얼은 준비돼 있어야 했다. 초년생의 입장에서 궁금한 사항들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순서를 적었다. 내가 생각하는 행동순서라서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걱정되었지만 적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보다 기록하여 남겨 두는 게 최선이었다.생각보다 빨리 완성된 매뉴얼 북은 A4용지30장 정도 되는 분량에링제본으로 만들어 두었다.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새로운 직원의 교육용으로 대비하려고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으로 그가 매장에 온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새로운 그대도 1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을 겪으며 느낀 것은 성격들이 참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함께 걸어간다. 실수를 해도 빨리 인정하며 눈치껏 행동한다. 마음이나 태도가 선한 사람들이기에 무어라 말할 수 없어 나 또한 그 풀어짐에 물들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같은 과였던 그들을 통해 풀어짐의 편안함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을 할 때 풀어짐은 경계대상인데 살펴야 할 것이 늘어나 버렸다.
그들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것이 빠르기에 여러 작전을 쓰고 있다. 호랑이 기운을 풍겼다가 때론 허당기와 장난기로 분위기를 풀어내며지켜보고 있다.
매출이 예전같지 않으며 조용한 매장이라고 분위기잡아가며 일만 하는 것은 기분을다운시킬 수 있다. 필요한 일은 꼭 해내야 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중요하다 생각한다.그러기 위해유머와 서로의 허물을 들추는 물고 뜯음이 난무하지만 밑바탕엔 새로운 신뢰가 쌓여감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이들과 일하면서 변해가는 나를느낀다. 실수 속에서 여유를 배우고 기다림 속에서 웃음을 배워간다. 풀어진 분위기속에서너무 지나치다 싶으면 다시중심 곁으로 잡아 끌이지만 그들 역시 내 의도를 알아채준다. 이들과 일하면서 생기는 실수담을 글로 표현하고 있는 나를 보며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사소한 실수든 하나의 실패든 매일의에피소드가 우리 매장분위기를 말해준다.
그와 그대의 같음을 통해 내가 변해가고 매장의 분위기도 바뀌어 간다.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그려내는 것이 글 쓰는 과장으로서의 다음 할 일이 아닌가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