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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May 16. 2024

나는 꿈꾸는 과장이다.

그 속에 예지몽이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나는 매일 꿈을 꾼다. 내가 꾼 꿈들이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마음이 편안해진 요즘엔 그냥 꿈이지만 전투력이 상승하고 예민할 때는 하늘에서 나를 보호해 준다고 느낄 정도로 꿈이 정확한 편이다. 예지몽이라고 하는 꿈들은 일상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에야 해석이 가능하지만 신기한 일이다. 우리 할머니와 고모들도 꿈을 꾸면 잘 맞는 분들이셨는데 나도 그렇다. 알고 보면 꿈꾸는 사람은 나만 있는 게 아니다. 


직원들에게도 내 꿈이야기를 공유하고 해석에 가까운 상황들을 같이 접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신기한 사람이 된다. 꿈으로 인한 예지몽으로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면전에 대고 자신의 행복을 빌 때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하지만 나의 촉을 믿어 주고 나의 말을 따라 주니 꿈꾸는 과장도 나쁘지 다.    

매장에서 일하면서 꾼 꿈들이 현실에서 펼쳐진 상황들이 생각난다. 꿈들이 현실로 반영됐을 때 직원들의 반응과 표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봤자 몇 가지 안 되지만 단 한 가지만으로도 그들에게 나는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이다.  


그중에 한 가지는 새로운 남자직원의 면접을 앞두고 꿨던 꿈이었다. 앞에서 말했던 큰아들 같다던 직원이 들어오기 전의 상황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연예인 '헨리'와 느긋하게 산책을 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같이 마을을 구경한 꿈이었다. 꿈속에서의 산책이었지만 마음 편히 즐겁게 돌아다녔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기분이 좋았다. 출근을 해서 같이 일하는 여직원에게 말했다.

"헨리랑 같이 돌아다니는 꿈을 꿨는데 새로운 직원으로 다정한 사람이 올 건가 봐요."


새로운 직원을 뽑는 면접이 끝나고 결정된 남자직원은 크지 않은 키에 꼼꼼하고 다정했다. 일하면서 느꼈던 건 꿈속의 헨리처럼 친근했고 체형도 비슷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몸을 혹사하는 나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잔소리를 하며 챙겨주었다.


갑작스럽게 이사를 해야 했을 때도 꿈은 꿨다.

꿈속에서 나왔던 매장에는 카운터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실제 매장에는 일자로 연결된 카운터에 두 대의 컴퓨터가 나란히 있다. 그런데 꿈속에서는 한 대씩 분리되어 반대쪽에도 카운터가 생긴 것이다. 반대쪽 입구에 자리한 카운터에는 내가 사용하던 매장의 컴퓨터와 등받이 의자가 있었다. 꿈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앉아 일하면서

'매장 진열도 바뀌고 카운터 위치도 바꿨네 '라며 매장 전체를 돌아다녔다. 없던 공간이 생기고 신기한 물건이 진열된 매장을 다니며 의아해하는 꿈이었다.


그때 실제 매장의 상황은 복잡했다. 매장의 사장님이 바뀌면서 가게는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 경매에 넘어가면서 생긴 문제들로 매장은 이전을 생각해야 했다. 계속되는 압박감에 사장님이 여러 매장들을 보러 다니던 시기였다.


매장의 문제와는 다르지만 내가 살고 있던 집문제도 있었다. 살던 집이 매매되지 않아 이사를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있던 상황이었던 나는 전남편과 같은 아파트, 옆 통로에 살고 있었다. 아는 지인의 집이었고 저렴하게 살고 있어 매매가 되면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불편함과 답답한 상황들이 계속되었다. 매장에서나 집에서나 이사에 대한 불안함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다 꾸게 된 저 꿈은 매장이전을 생각하게 했다. 팔리지 않던 아파트가 갑자기 팔릴 일을 없을 것이고 매장의 위치가 바뀌는 게 아닌가란 나만의 해석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온다는 연락이 왔다. 일을 하고 있어 집을 치울 수 없었고 집에는 두 아들들만 있었다. 작은 아들이 친구들과 라면을 먹고 있을 때 부동산 소장님과 노부부께서 다녀 가신 것이었다. 집도 엉망이었고 아들의 친구들까지 있어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부동산 소장님께서는


"집을 보시고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잘하면 계약이 되겠어요."

"예? 집이 엉망이었을 텐데요."

"애들이 있던데 어르신들이 좋아하셨어요. 아들이 안내를 잘해 주던데. 같은 아파트 12층을 보여 드렸는데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소파가 없어서인지 넓어 보인다고."

"그러시구나."

"계약하게 되면 빨리 들어오고 싶어 하시던데 엄마도 준비하고 있어요."

당시 나는 언제든 이사를 할 준비로 짐을 최소화하며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가고 싶은 아파트도 마음속으로 정해 놓고 있었다.


매매가 될 거라는 부동산 소장님 말씀에 그 주에 집을 구하러 다녔다. 다행히 원하는 아파트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전세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기도 잘 맞았다. 두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야 하는 내게 그곳은 다시 시작이라는 걸 알려 주었다. 그 아파트는 둘째 아들을 임신하고 출산했던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아이들과 나는 다시 시작하는 거였다. 그렇게 꿈을 꾸고 일주일 만에 집이 매매되며 3주 만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저 꿈의 해석은 매장이전이 아니라 내 삶의 터전이 바뀔 것이라는 예지몽이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한 뒤 좋은 일들이 생겼다. 크고 작은 실패로 힘들었지만 나와 아이들의 목표가 생기며 희망을 만들 수 있었다. 매일 꾸는 꿈이지만 좋은 일들은 꼭 일어날 거라는 믿음을 준다. 좋은 현실들이 펼쳐지도록 노력하면 된다라는 믿음. 보이든 보이지 않든. 꿈이든 현실이든 좋은 상황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앞으로도 매일 꿈은 꿀 것이다. 꿈속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도 있고 답답한 상황들도 있지만 오늘은 무슨 꿈을 꿀까 생각하며 잠자리에 드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면서 내가 꾸는 꿈이 하늘에서 주시는 선물이라 생각하면 겸손해지기도 한다. 한낱 인간인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으로 꿈을 꾸지만 그 속엔 깊은 뜻이 있지 않을까?


잠을 자면서도 꿈을 통해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니 좋은 꿈을 꾸라는 말은 덕담이다.

덕담처럼 매일 좋은 꿈만 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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