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풍부한 나는, 날씨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는 편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빗소리와 풍경에 심취해 그저 헛헛한 마음을 달래 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발라드 음악만 들어도 이미 그 노래 가사 속 주인공이 되어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많이 좋아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지나간 연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나를 힘들게 했던 미운 사람이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정에 너무 몰두하여 깊이 빠져들다 보면, 정말 한도 끝도 없어진다. 나중에는 감정 조절이 어려워져 하루 일과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비 오는 날 발라드 음악 금지’라고 나 스스로 정해 둔적도 있었다. 그랬더니 감정의 흐름을 억지로 막는 듯한 불편함이 생겨, 오히려 어색함이 느껴졌다.
역시 사람은 진행되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할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해짐을 깨닫는다. 상황에 맞게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도 내며, 내 감정이 가는 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적 심지를 더욱 단단하게 굳힐 수 있는 바람직한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