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빨아도 매일같이 많이 나오는 빨래량은 다소 피곤한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오늘 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몰려 내일은 더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미루지 않는 편이다. 오늘도 수고한 옷들을 시원하게 샤워시키기 위해 세탁기 시작 버튼을 눌렀다.
물 나오는 소리에 익숙함이 느껴져 잠시 귀를 기울여본다. 가만히 들어보니... 언뜻 강한 소낙비가 내리는 날의 빗소리와 닮아있었다.
나는 그 날씨를 만끽이라도 하듯,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세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소낙비의 여운을 그대로 느껴보았다.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졌고,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빨랫감들은 세제와 한데 섞여 있었다. 물의 농도는 어느새 탁해졌고, 그에 반응하는 거품과 어우러져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가며 쉴 새 없이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