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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Sep 04. 2023

아이와 미시간 호수를 다녀오다

미국은 9월 4일 월요일이 노동절 휴일이다. 사람들은 모처럼 긴 휴일을 맞이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연휴에는 날씨가 화창했다.


우리는 차로 한 시간 정도 운전하면 되는 거리의 미시간 호수 해변에 가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전형적인 산보다 바다 타입이다. 처음 가려고 했던 해변은 너무 많은 사람들로 주차할 곳을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우리는 다른 해변을 찾아 떠났고 운 좋게 숨겨진 작은 해변을 발견했다. 적당히 모여있는 사람들과 아담한 해변 사이즈. 주변 동네 사람들만 알고 오는 해변 같았다. 좋은 해변을 발견해 우리는 신이 났다.


모래사장은 맨발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아이와 나는 곧 차가운 호수로 뛰어들었다. 바다와 다르게 잔잔하고 염분이 없는 물. 호수만의

고요한 매력이 있었다. 아이는 깔깔대며 내 등에 업혀 나를 놓지 않았다. 아이의 발도 닿을 정도로 깊지 않은 물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아이는 겁이

낫나 보다.


우리는 몸을 식히고 다시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따사로운 햇빛과 여유롭게 누워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모래 놀이를 했다. 나는 아이의 기분을 살폈다. 아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우리는 한 장소에 오래 있지 못한다. 같은

장소에 오래 있으면 자폐가 있는 우리

아이는 점점 눈에 띄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깔깔거리면서 갑자기 호수로 뛰어들더니 곧 모래사장으로 다시 뛰어나왔다. 가끔씩 모르는 사람들을 껴안거나 다른 사람의

공간에 침투할 때가 있어 나는 아이를 술래잡기하듯 쫓아다녔다. 이러한 행동을 3번 정도 반복하니 주변 사람들도 우리 가족이 조금 특별하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우리는 이제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아내와 나는 늘상 있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정리하고 아이에겐 쿠키를 사주겠다는 말로 좀 더 마찰 없이 다음 장소로 전환을 꾀했다.


아이에게 약속한 디저트와 우리는 차가운 커피를 마시며 차를 타고 집을 향했다. 차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되뇌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우리 애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바라보는 시선에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전에 장소를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아주 가끔씩 외식을 하게 되면 아이는 한 장소에 오래 있지 못한다. 어느 정도 배가 차면 아이는 깔깔거리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고 주변 사람들은 우리 테이블을 바라본다. 그러면 나는 때가 되었구나 생각하고 차분히 아이와 혹은 아이를 업고서 둘이 먼저 식당을 나온다. 남겨진 아내와 둘째 아기는 천천히 계산을 하고 나중에 나온다. 오늘 점심 역시 그랬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이것이 우리 가족이 일상을 즐기는 방식이다.


밤에 자려고 누운 아이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오늘 하루 즐거웠다는 얼굴로 보였다.

내일도 좋은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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