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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Sep 05. 2023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자폐 아이 소식을 들으며

며칠 전 아내가 속해 있는 자폐 엄빠방이라는 카톡 방에서 한 엄마의 5살 된 자폐 아이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방의 모든 부모들은 충격에 빠졌다. 아이는 자폐 경증으로 계속 치료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일반인들과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아이의 추모식은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진행되었고 많은 자폐 부모들이 참석했다. 아이가 평소에 즐겨 듣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래의 후렴구에 “Don’t you worry.”란 부분이 반복되면서 묘하게 이 상황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아이의 이름을 딴 나무가 심어질 것이라고 한다. 아이의 엄마는 카톡방의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응원을 전하며 방을 탈퇴했다.


나는 이 방에 속해있지 않지만 며칠간 아내에게 얘기를 들으면서 나 자신에게도 상당한 임팩트가 있었다. 자연스레 이 얘기는 우리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아내가 나에게 물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일찍 사고로 죽게 되었으면 우린

어땠을까? “


우리의 아이는 자폐 중증이다. 어느 순간부터 매일 하고 있는 치료는 기계적일 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아이의 나아지지 않는 진도로 스스로 수업을 포기했던 선생님들도 여럿 있었다.


“아이가 만약 일찍 사고로 죽게 된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일까?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더 힘든 일들만 가득할 텐데.. 아이에게도 우리에게도 더 잘된 일 아닐까?”


끔찍하고 잔인한 소리로 들릴 테지만 다 같이 죽는 상상을 많이 해본 우리로서는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웠다.


난 조금 생각해 보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니야. 우린 더 괴로울 거야. 두 가지가 생각나. 첫째는 아이가 미친 듯이 보고 싶고 그리워서 괴로울 거고 둘째는 아이에게 두 번 죄를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너무 괴로울 거야. “


아이의 사고가 우리에게 해방감을 안겨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생의 후회가 남을 것 같다.


살아 있을 때 더 사랑해 줄걸.

더 치료에 전념할걸.

더 아이에게 집중할걸.


이런 우리의 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소파에 멍히니 앉아 있는 아이의 눈을 바라봤다.

삼 일간 학교를 안 갔던 아이의 눈은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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