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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Sep 07. 2023

부정적 생각과 시선

오늘 직장 동료이자 친한 형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여러 대화를 오고 가던 중 형은

내가 같은 상황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별 뜻 없이 누군가가 한 말도 부정적 의도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건 내가 힘든 삶을 현재 살고 있어서 그런 거라고 얘기했다.

우리 가족은 7살 자폐 아이와 미국에서 살고 있다.


무언가 어렴풋이 나도 알고 있는 내 모습이었지만

타인에게서 들으니 좀 더 머리가 띵 하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을 원망하며 살아왔다.


아이가 자폐인 것을 알게 된 후로,

그것을 받아들인 이후로,

주변의 많은 것들을 원망했다.


나의 아이가 자폐인 것을 알게 되고

내 아이에 대해 한 번도 물어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덮어씌웠고


어색한 시선으로 나 혹은 아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선

속으로 인종차별주의자, 냉혈안이라고 욕했다.


이 형의 말을 들으니

실제로 사람들이 정말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나 혼자 그들을 부정적으로 보고

깊게 파고들었던 것 같다.


내가 힘든 상황에 놓이니

주변의 모든 것들도 나쁘게 본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함께 자괴감이 들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단 생각에서

결국에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단 것으로 귀결된 것이다.


아내는 나한테 여러번 얘기한 적 있다.

내가 새로운 사람을 사귈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아내가 누군가를 같이 만나보자고 제안할 때마다 나는

항상 만나봤자 결국은 우리 사정을 알고 우리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부정적 시선은 점점 자라나 대인기피까지 왔다.


트루먼 쇼 영화처럼

그동안 내가 본 세상은 어쩌면 진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으며,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으며,

나와 우리 가족에 대해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나의 색안경으로 본 세상은

나의 부정적 상상력이 결합한 가짜 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곳은 어둠만이 가득하고

나쁜 사람들로 득실했다.


짐 캐리가 용기를 내 진짜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듯이

나도 기존의 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람의 성격은 평생 고칠 수 없다는 말이 있던데... 불가능한 일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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